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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ec 09. 2022

부글부글 일주일

하지만 글로 쓰면 흥미진진 사는 이야기

#결과물이

#궁금해


>11월 29일 (화)

아이가 휴대폰을 분실했다.


'학교에서 잃어버린 것이니 분실함에 있겠지...

이참에 잘 되었다. 너 정신 좀 차려라.'


찾을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어, 담담묵묵(?) 반응할 수 있었다.


사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알고

코를 쑥 빼고 있을 때엔

짧고 굵은 한 마디가, 열 마디보다 효과적이다.


남편에게도 덤덤하게 반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11월 30일(수)

분실물 보관함을 탈탈 털었는데도 휴대폰이 없었단다. 

헉. 이게 아닌데... 마음이 급해졌다.


네이버 검색창에 <휴대폰 분실 시 대처방법>을 검색했다.


KT고객센터에 연락해 발신 중지를 신청하고

KT 홈페이지에서 핸드폰 최종 위치를 확인했다.

경찰인 사촌 오빠와 초등 교사인 사촌 동생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아이 담임선생님께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요청하신 내용을 정리해 메시지로 전송했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쮸! 근처 맛있는 디저트 카페 찾아봐.

엄마 지금 터지기 직전인 거 알지? 달달한 것이 필요해. 달달한 어떤 것!"



아이는 내 눈치를 보며 검색을 했고 세상에 북카페 '오혜'를 찾아냈다. 언젠가 꼭! 다짐만 했던 오혜를 녀석이 찾아낼 줄이야. 덕분에 아이는 성공적으로 엄마의 폭발을 막았다.






> 12월 1일(목)

1교시 수업 전, 교내방송으로 분실 핸드폰을 찾는 내용이 공지되었단다.



> 12월 2일(금)

핸드폰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 12월 5일(월)

남편과 나는 '찾을 가능성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한번 분실 핸드폰 찾는 방법에 대해 검색했다. 덕분에 유심 변경이력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통신사에 연락해 해당 사항을 확인했다. 아직까진 변경이력 없음.


집 근처 지구대에 연락해 핸드폰 분실신고 절차도 확인했다.

"직접 오셔도 되고 아니면 인터넷으로도 가능하세요."


핸드폰을 찾기 위한 신고는 아니었다. 분실 경위를 자필로 작성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얻는 것이 있기를 기대했다.


> 12월 5일(월) 오후


"오늘 학교에서 휴대폰 찾았다고 한다"

Guitar 레슨 때문에 평생학습관에 가 있는데 친정아버지께 문자가 왔다.


찾았으니 좋기야 하다만 순간 머릿속에는

부글부글 일주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이가 좋아하는 루미 케이크에서 케이크를 샀다.


"허... 참... 핸드폰 찾았다고 축하하는 건 니 엄마뿐일 거다."

친정엄마께서 한 마디 하셨다.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세상 달콤하게 케이크 먹기를 마친 아이를 방으로 따로 불렀다.


"핸드폰을 잃어버릴 수는 있어, 누구나.

엄마랑 아빠가 화가 난 건...

음... 화는 아닌데... 무튼 문제라고 여긴 건,

이번 핸드폰 분실이 예견 가능했고 예방도 가능했다고 생각해서야. 이번이 세 번째잖아.


그래서 이번 일은 지난번처럼 핸드폰을 찾은 것으로 

그냥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우선... 네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피해를 끼친 분들 계시지?

맞아. 담임선생님, 행정실 선생님, 방송반 선생님.


내일 등교하면 핸드폰 찾았다고 말씀드리고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인사 꼭 전해.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네게 줄 과제가 있는데, 쉽진 않을 거야.

아빠와 상의해서 알려줄게. 알지? 마. 음. 의. 준. 비."


아이에게 하트를 날리며 나는 남편과 상의했던 '과제'에 대해 전했다.


> 12월 6일(화) 

말로 하면 너무 가벼울 것 같아 종이에 손글씨로 썼다.

(사실 무슨 과제를 줘야 할지 남편도 나도 막막.)


그럴싸한 제목이 있으면 좋을 듯한데

이 역시 막막.


머리를 짜고 허리를 비틀며 생각해 낸 제목이

<휴대폰 분실에 대한 책임 과제>.



<휴대폰 분실에 대한 책임 과제>
형식 자유, 분량 자유.

단, 다음 3가지 내용을 포함한 콘텐츠여야 하며 마감일을 엄수해야 함.


필수 포함 3가지

1. 핸드폰 분실 및 다시 찾았을 때의 심경 

2.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점 

3. 동일한 일의 반복 방지를 위한 예방 방법

"너무 어렵지 않을까?" 남편은 걱정.

"안 한다 뻗대면 어쩌지?" 나도 걱정.


웬걸,

"엄마, 콘텐츠라는 게... 꼭 글이 아니어도 된다는 말이지?"

확인한 아이는 '이 정도는 껌이네~'라는 표정.


뭐야. 뭐야.

왜 내가 반성문 쓰고 벌 숙제 한 기분이지?


과연 녀석은

어떤 <책임과제>를 완성해 올 것인가!


궁금해서 한 주를 어이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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