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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Mar 31. 2022

book_책방이 싫어질 때

앞에선 웃었지만/ 뒤에선 째려보던 / 책방 직원의 뒤끝 에세이

#친구도

#가족도

#건너건너건너

#아는사이도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01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소심한 책방에서 이 책을 만났다.  

귀여운 아이돌(?) 외모. 소년인지 청년인지 모를 한 사람의 얼굴이 찍힌 표지가 나를 끌었다.  


책 제목이 <책방이 좋아질 때였다면> '흥. 왠 잘난 척!' 넘겼을 텐데, 싫어질 때라고 하니 갑자기 친근한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책방 직원의 뒤끝 에세이라잖나. 


02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면 작가 소개 페이지를 펼친다. 

앞으로 헤쳐나갈 이 빽빽한 글자 숲을 조성하고 가꾼 사람이 믿을 만 한지 어떤지 한번 심사해 보겠다는 깐깐한 마음.  


그런데 태재 작가 첫 문장부터 내 스타일이네.  

"저는 그냥, 설거지할 때 부엌 창문으로 드나드는 바람만 있으면 만족해요."라니. 작가 소개 합격! 


03 

그럼 구매확정? 내가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다. 목차를 살피기 시작. 


- 자기야 여기 무인 책방인가 봐 

- 어우오르막디질뻔했네 

- 오와~ 책 냄새 너무 좋다~ 

- 스탬프는 됐고 할인은 안 돼요? 

- 간사합니다(<--- 감사합니다의 오타 아님. 진짜 간사합니다가 제목이었다) 


픽. 웃음이 났다.  솰아있네. 솰아있어. 목차가 어쩜, 펄떡펄떡 생동감 넘치는구먼.  


04 

중간 이후 아무 페이지나 소심하게 펼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방 주인 분들께 내가 이쁨 받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책을 구경할 때 절대로 쫙~ 자신감 있게 펼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자국이 남지 않도록 45~50도 각도로만 펼쳐 살살 1~2페이지만 읽는다.  


세상에. 이 책 뭐야. 이 작가 뭐지? 뭐가 이렇게 재밌어. 이게 이렇게 키득키득 웃음이 날 이야기야? 

결국 나는 <책방이 싫어질 때>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05 

"들어는 봤수? 태재라는 작가?" 

"이 책 너무너무너무 재밌어. 소설도 아닌데 재밌어. 진짜 페이지 페이지마다 웃음이 픽픽 흘러넘쳐."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도 독후감은 끝까지 읽고 쓰는 것이라 배웠으니 부지런히 읽는 수밖에. 마침내 어제 오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었다.  


06  

책을 읽고 난 후 든 생각. 


1) '컬투쇼 레전드 사연'처럼 두고두고 웃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자주 오래 봐야지. 

2) 꼭 가야지, 스토리지북앤필름. (*스토리지북앤필름은 태재 작가가 일하는 책방) 

3) 만나고 싶다, 마사장님. (책에 등장하는 '세상에 이런 어른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장님) 

4) 뵙고 싶어, 건물주 할아버지도. (이 분 역시 '세상에 이런 건물주가?'라는 생각이 드는 분.) 

5) 그렇지. 콘텐츠란 이렇게 모으는 거지. 이렇게 모아 모아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지. "콘텐츠 기획 관련 일을 해요"라고 내 일을 소개했던 스스로가 창피해짐.  

6) 이런 따뜻한 시선으로 '아하!' 뒤통수치게 하는 이런 이야기. 나도 쓰고 싶다. 부럽다, 태재 작가. 




다음은 나의 밑줄 좍~ 문장들 중 일부. 


그래도 가끔 다른 공간에 가게 되면, 그 공간의 화법이 괜히 그럴듯해 보여서 우리 책방에도 접목시켜보면 어떨까나 싶은 면면도 있다. 이를테면 음식점처럼 "금일 준비한 책을 모두 소진하여..."라든가 숙박업소처럼 "혹시 예약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건 우리도 못 한다. 우리도 모르니까. 대신 어디로든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보면 된다고, 혹시 아직 원하는 방향이 없다면 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자고 말할 수는 있겠다. 모든 존재가 언제나 목표를 두고 살아가야 할까? 모르겠다. 


스탬프는 아날로그의 사람이 찍는 것이기 때문에 내킨다면 내키는 대로 더 찍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나둘 계산하는 것은 기계가 더 잘하겠지만 하나둘씩 더 얹어주는 일은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가 일하는 책방에서는 구매 금액에 따라 스탬프를 찍어준다고 함.)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책방에 들어온 손님이) "죄송한데 혹시 버려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한다. 이것도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정반합을 이룰 수 있을까? '죄송한데~'로 시작하는 말에서 죄송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나도 "죄송한데 버려드릴 수 없네요?"로 화답했다. 퇴근길에 보면 책방 모퉁이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곤 한다. 윽, 버려 장 머리 없어. 


사장님의 너그러운 말들이 내 책방 생활을 지탱한다. 사장님을 알고 지낸 지 6년, 그는 내가 그간 저지른 실수와 오버들을 지적하거나 트집 잡지 않는다. 그저 괜찮다고 말해주고, 내가 그 실수에 머무르지 않도록 어깨에 손을 톡 올려준다. 그는 평가하지 않고 나는 평가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받는 급여 중 가장 비싸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가능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그중 밑줄 긋고 싶은 책들만 별도 구매한다. 중고서점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만 책을 사는데 후하다. 그러니 책방계의 든든한 큰손이 될 수 없다. 수천수만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독후감 한 편 쓴다한들 해당 책 매출에 눈이 번쩍 뜨이는 변화가 일어날 리도 없다.


그럼에도 <이 책 좋아요. 꼭 사세요. 두 권 사세요. 한 권은 본인이 읽고, 또 한 권은 주변에 선물하세요> 부산 떠는 건 고마워서다. 


"아이 캔 두잇은 개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엎치락뒤치락.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술도 못하면서 술 당기는 날들이 있다가 없다가 다시 있다가. 


그런 날들 속에서도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그러니 오늘은 울어도 내일은 다시 툭툭 털고 걸어보자고 위로와 응원을 건네준 책방과 책들이 고마워서다. 


'내가 나를 고용하면 안 될까요?'라는 마음으로 97학번, 1978년생인 나 자신을 어떤 일과 어떤 회사로 고용할지 하루 3번 꼬박꼬박 고민하던 중, 요즘은 부캐로 BOOK 판매왕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책을 구매할 마음은 생기셨나요?

독립출판물이라 그런지, 대형서점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네요. 

<책방이 싫어질 때>는 현재(2022년 3월 31일) 아래 링크에서 구매 가능하네요. 출판사와도 작가님과도 어떤 인연도 없지요. 구매 링크는 검색을 통해 제가 찾았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justorage/products/5156796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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