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01
"어... 화장했구나? 립스틱도 발랐네?"
이른 아침 영화관 앞
뛰어오는 소녀에게 소년이 반갑게 말한다.
"화장은 무슨. 입술이 터서 립글로스 바른 거야"
뛰어오던 소녀가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
잘 보이고 싶지만
공들여 치장한 것은 숨기고 싶은 소녀는
손꼽아 기다린 약속 이건만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
무심한 척 말한다.
두 청춘의 짧은 대화를 듣고 있던 중년 부인이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요즘 애들도 밀당을 하네.
남자아이 실망한 표정 좀 봐.
여자아이도 남자 아일 좋아하는 것 같은데..."
텃밭의 잡초 사이 들꽃을 발견하곤
문득 부인은 아침의 그 소녀가 생각났다.
치장한 듯 치장하지 않은
뽐내는 듯 뽐내지 않는 꽃이
영화관에서 본 소녀를 닮았다.
저 글을 쓸 당시 나는 30대였다. 영화관의 중년 부인이 나일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 오늘 다시 읽으니 저 중년 부인 꼭 나다. 아직도 나는 풋풋한 청춘들의 연애에 관심이 많고, 가슴이 덜컥하는 연애의 감정이 좋아 '로맨스가 살아있는' 드라마와 영화, 소설을 좋아한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posy/220906211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