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03
남자는 식당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섯 혹은 여섯 살쯤의 사내아이가 외친다.
“엄마 미워!"
"엄마 미워! 엄마 미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가 묻는다.
"이모, 도경이 왜 그래요?"
"으응. 노래하는 거야. 요즘 도경이가 즐겨 부르는 노래."
푸흡.
남자는 마시던 물을 내뿜을 뻔했다.
엄마 미워
아이의 마음은 뾰족한데
노래하는 거야~
받아치는 엄마 마음은
동글동글
냅킨으로 입가의 물을 닦아내며
남자는 오늘의 꽃편지를 떠올린다.
글 속의 도경이 이야기는 실화다. 도경이는 친언니 같은 언니, 동요 모임에서 만난 은 언니의 아들. 당시 나는 12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마치고 갓 풀타임 엄마에 돌입한 상태였다. "아이가 여섯 살이면, 이제 편할 일만 남았는데..." 워킹맘 선배들은 어려운 시기 다 넘기고 그만둔다며 나의 퇴사를 아까워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거기까지가 내가 버텨낼 수 있는 한계였다는 걸.
친정에서 키워주시던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여섯 살이나 되었으니, 자기의 생각을 문장으로 말하고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니까 '우린 평화롭고 그림같이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제기랄. 내가 말하고 내가 놀랐던 풀타임 엄마 일주일만의 내 반응이다. 힘들었고 힘들었고 힘들었다. 약 2개월간 기획안을 쓰듯, 엑셀표에 한 달 치 식단과 생활계획표를 짜며 준비했었다. 매일매일 그림 같이 지낼 거라 상상했었다. 모든 계획과 모든 상상이 무용했다.
그렇게 육아에 허덕이고 있을 때 만난 은 언니. 아이의 징징거림에도 떼쓰기에도 여유 있고 유연하던 언니가 내겐 신처럼 보였다. 특히 '엄마 미워'에 '노래하는 거야'로 대응하는 저 한 끗! 나는 진심 은 언니의 팬이 되었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posy/2209071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