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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n 15. 2022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한살림 채식한끼 기획전 카피작업 이야기

#나의일

#쓰는일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한살림엔 있.다.고.


고기를 안 먹는 친구가 있어요. 버터를 못 먹는 친구도 있지요. 친구에게 알려주세요. 국산 채소

로만 만든 동치미 국물 육수 동치미냉면 우유 버터 계란 넣지 않은 통밀40식빵 젓갈은 뺀 채식

배추김치 10분이면 완성 곤드레나물밥.

간편하게 즐겁게 채식한끼.



한살림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그리고 글을 뽑아내며(나, 누에일까? ^^)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식으로 말 걸고 싶니? 어떤 톤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싶니?


똑똑 노크하듯. 톡톡 어깨 두드리듯.

상상했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똑똑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손.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를 들고 친구가 웃고 있다.

다시 상상했다. 불꽃축제 구경 가는 중인데 지하철에는 터져나갈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지하철은 여의나루 역에도 여의도역에도 정차하지 않는단다. '~~~  빠져. 그냥 집으로  버릴까.' 하는 순간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 고개를 돌리니 고등학교 단짝 쑥이 있다.


너무 강렬한 글로 시선을 끌지 않았으면 했다. 꼭 필요한 곳에,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놓인 글이 한살림을 찾은 조합원 분들에게 똑똑 툭툭 그렇게 일상적이지만 특별하게 말 걸기를 바랐다.


그렇게 툭 하고 던져진 말들이 고객(조합원)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콱! 박히기보다는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작업을 했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현실과 이상의 거리감은 워드 문서 안에서도 북극과 남극이더라.

그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 나의 일. 나의 업. 내 존재의 이유.


내 안에 답 있다

글이 안 풀리는 날이면 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 모든 다양한 방법들이 주변에서 보기엔 띵가띵가 노는 것으로 보여, 자주 "너는 참 마감이라며..."라는 핀잔을 듣는다. 하지만 진짜다. 그렇게 겉보기엔 노는 것 같아도 내 머리는 내내 일하고 있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중이다.


여러 카피 중 하나였던 <친구에게 알려주세요>는 나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썼다.


"선영아 여기 아폴로 있다!" "선영, 여기 그 돌사탕 파네. 너 좋아하는 그거."

"선영아 이 집 쌀국수는 너도 먹을 수 있을 거야. 여기는 고기육수랑 해산물 육수가 따로 있데."

"선영아..." "선영아..." "선영아..."


아무 마트에서나 잘 안 파는 간식들(아폴로, 돌사탕, 톡톡이 같은)을 좋아하고, 고기육수는 무슨 이유에선지 못 먹는(고기는 좋아함) 나를 위해 친구들이 건네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 말이 주는 따스함이 생각났다. 그 마음을 담아 카피를 썼다.


그래서 저 카피가 담긴 포스터가 한살림 대치 매장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혼자 찡하고 짠했다. 저 사진을 쑥과 민이에게 보내야겠다. 똑똑, 톡톡. "너희 덕분에 쓴 카피야."라는 말과 함께.


+

2022년 6월.

한살림 <채식한끼>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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