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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n 17. 2022

언제나 낯선 '안녕'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는 익숙해질 수 없는

#거듭거듭

#반복해도


01

익숙해 지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누군가의 부고를 전해 듣는 일. 누군가를 이 생애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일. 그냥 안녕이 아닌 이젠 안녕은 여러 번 반복해도 매번 어렵다.

    

위로를 하고 싶었는데, 위로를 할 수 없었다. 내가 고작 할 수 있었던 말이라곤 “밥은 먹었어? 든든하게 잘 챙겨 먹어.”     


카톡을 보냈다.     

“이런 이별은 여러 번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남겨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 밥 잘 챙겨 먹고... 외롭고 슬프면 기억해줘요, 파주 박선영.”    


벽면을 가득 채운 우측 사진이 까닭 없이 좋더라. 한참을 서서 보고 또 봤다. '이 정도면 눈에 마음에 담았지' 싶었는데, 여전히 그립다. @사울 레이터 사진전


02

남겨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건 페북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불쑥, 페북은 먼저 떠난 이들의 빈자리를 확인시켰다.      


“oo님의 생일입니다.”

“5년 전 오늘 oo님과 함께 한 추억이 있습니다.”

      

처음 몇 해는 슬펐다. 반나절쯤 우울했고 사는 게 허망했다. ‘이런 알림은 안 해 주면 안 되나?’ 싶었다. 서너 번 ‘페친 끊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03

그러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 순간, 그날 하루만큼은 먼저 간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조금 슬퍼하고 많이 그리워하며 기억하기로 마음먹었다.     


“잘 지내니? 잘 지내죠? 나는.. 오늘은 좀 별로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요.”      

‘지금쯤이면 초등학교 3~4학년 되었으려나?’ 친구의 아이를 생각했고, 얼굴도 모르는 그들의 배우자를, 부모님을 떠올렸다. 모두 무탈하게 지내기를, 가끔 슬프고 그리워하기를 기도했다.

     

그런 날에는 “보자 보자” 말만 하고 1년이 뭐야, 2년 3년 훌쩍인 지인들에게 전화를 한다. 특별한 용건도 없이. 그리곤 당부하지. “우리 건강하자. 오래오래 곁에 있자. 같이 늙어가자.”     


+     

가장 인상적인 친구의 반응은 이것이었다. 

“영아... 너... 혹시....”

떨리는 목소리로 죽을병 걸렸냐 묻는 친구 목소리에 그만 푸하하 웃고 말았네.     


그래. 웃자. 울다가도 웃자. 남겨진 사람들의 최선은 남아있는 날들을 많이 웃으며 많이 즐기며 많이 감사하며 사는 것이 전부일 테니. 하하하. 히히히. 낄낄낄. 웃어야지. 먼저 간 이들 몫까지 많이 많이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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