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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n 04. 2022

별말 아닌데 심쿵

아이의 말

01

남편이 집 근처에서 미팅을 하고 잠시 들렀다.

"쮸 오기 전에 빨리 가요. 올 시간 다 됐어."

일 하는 사람에겐 잠깐이 몇 분이 소중하니까

아이가 오면 이야기 몇 마디 나누다 몇 십분 훌쩍이니까

남편에게 어서 출발하라 재촉했다.


02

"엄마, 아빠 이제 회사 가셨어? 나 방금 아빠 차 봤어."

하굣길에 도로에서 아빠 차를 보았는지 아이가 전화를 했다.


"응. 근처 미팅 마치고 잠깐 들르셨데."


"치... 조금만 기다리지. 나 보고 가지."

그 말이 너무 예뻐서, 코 끝이 찡 했다.


03

그러게, 몇 분만 늦게 가라고 할 걸.

하교하고 온 아이가, 예상치 못한 아빠 보고 기뻐하며 재잘 대는 모습 보고 가라 할 걸.

미안한 마음에 설거지하던 그대로 앞치마만 벗어두고 집을 나섰다.


"쮸엄마, 어디 가요?

장 보러 가던 뒷집 민서엄마가 묻는다

"아... 은쮸 학교 마치고 오고 있다고 해서요."


+


물도 잘 안 아끼고

전기도 잘 못 아끼고

기름값이 껑충 뛰었는데 걸어갈 거리도 자주 차를 타고 간다.

그러면서도 아끼지 말아야 할 건 잘도 아낀다.


보고 싶었어.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아이를 만나면 한다는 말은 고작 "우리 GS에서 아이스크림 사 갈까?"겠지만

그래도 써 둔다.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나를 심쿵하게 했던 따뜻한 아이의 저 말.


"치... 나 보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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