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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n 26. 2022

당신은 무엇을 팔고 있나요?

나란 상품에 대해 생각합니다

01

프랑스 소설가 안나 가발다의 직업은 교사였다. 생계 때문에 교사란 직업을 놓을 수 없었던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짬짬이 글쓰기 공모전에 응모한다. 얼마나 열심히 쓰고 응모했는지 어느 공모전에서는 1인 1 작품 원칙을 어겨 수상권에 들고도 자격을 박탈당했단다.


안나 가발다가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각종 공모전(글과 관련된 다양한)에 출품, 크고 작은 상을 탔다는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실은 상금으로 컴퓨터를 장만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인상 깊었던.


02

‘도대체 나는 무얼 팔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설렁설렁하다가 아예 집요하게 나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판매품목을 크게 3가지로 추렸다. 


목소리 / 글쓰기 / 집요하고 치밀한 소비행태


03

그중 글은 어떤 방법으로 건 팔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새로 쓰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맞다 싶으며 페북이나 블로그에 써둔 글을 다듬어 응모하기로 한 것. 결과야 뭐 줄줄줄 낙방. 그러던 어느 월요일 저녁~ 따르릉~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온다.


낙방한 라디오 방송 공모전에 제출한 글을 우연히 봤다며, 사연으로 소개해도 되겠냐는 전화였다. ‘상품은요? 상금은요?’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상품 수령 주소를 입력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세상에, 상품이 4개씩이나 된다. 거기에 2년째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진공포장기도 있다. 아싸. 아싸싸. 상품목록을 캡처해 남편에게 보냈다.      


“이 선물 다 보내준데요. 그러니 화 풀어요. 점점 더 크게 더 많이 선물 아니 상금 받아올게요~”



04

방송 당일, 미팅이 있었던 나는 라디오를 듣지 못했다. 운전 중 라디오를 통해 아내의 사연을 청취한 남편은 사연을 들은 후, 다음과 같은 카톡을 내게 보냈다.


“남편이 집안일을 도외시하는 사람으로 나오고 OOO 씨(진행자)가 이러면 안 된다고 뭐라고 하고. 잘~~~ 나왔습니다.”


그 후 며칠간 우리집엔 냉기가 돌았다. 냉전 중에도 우리가 한마음이었던 지점은 “OO에게 방송 사실을 들키면 안 돼!”  남편은 잠시 삐쳤다 말겠지만, 아이는... 음... 예측불가다.


사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집에는 두 상전이 산다.”


+


프로젝트 의뢰를 받으면 우선 클라이언트의 브랜드에 대해, 제품에 대해 분석한다. 주력 상품은 무엇이며, 업계의 유사 상품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등등. 요즘에는 일을 하며 자주 나 자신을 분석 대상에 넣어보곤 한다. 주력 상품은 무엇이며, 업계 유사 상품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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