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서야 처음 알았다
새해를 맞이해, 부서별 사장님 면담이 있던 날이었다.
면담을 마친 부서에서
실시간으로 <면담 꿀팁(?)>이 흘러나왔다.
“전년도 매출, 신년도 목표 매출 질문. 숫자 외울 것.”
“짧은 치마 주의. oo부서 지적 받음.”
“oo부서 올킬. 분위기 살벌. 네일 컬러까지 지적.”
우리 팀 면담은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변화무쌍한 꿀팁에 우리는 오전 내내 널을 뛰었다. 하필이면 짧은 반바지(?)를 입고 왔던 동료는 불안에 떨다 급기야 점심시간에 바지를 새로 사 입기까지.
그런데 우리팀 면담 직전, 정반대의 <면담 꿀팁(?>이 전달되었다.
“분위기 나쁘지 않았음. 거창한 신년 계획 대신 위트 있고 소프트한 멘트 준비.”
공교롭게도 내 차례가 가장 먼저였던 듯.
03
“저는 매일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출근합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친정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제 의지와 무관하게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겐 오늘 하루가 소중 합니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잘 보내자, 그렇게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후 다시 이렇게 대표님 면담을 하는 것이 저의 올해 목표입니다.
+
처음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일하는 박선영’이 좋아졌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소중히 여기며 5년을 더 그 직장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