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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l 02. 2022

사진은... 그래...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다가

#사진은

#그래     


@피크닉에서 열린 사울레이터 사진전에서


사진은 늘 찰나만 담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진 속엔 그 순간의 찰나만 남는다.     


지난 사진첩에서 발견한 환하게 웃는 아이의 사진에는

밝고 경쾌한 찰나의 분위기가 담겨있다.


사실, 사진을 찍던 그날

맞은편에 앉은 나는

너무 지쳐 카페 소파에 눕기 직전이었다.     


심심해. 심심해.라는 아이를 데리고

자주 가던 곳은

아트센터의 야외마당.     


벤치에 앉아서 나는

킥보드 타는 아이를 지켜보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숫자를 세어 주곤 했다.     

그렇게 반쯤 졸며 숫자를 세노라면

아이는 용케 알아채곤 이렇게 물었다     


“엄마 이제 몇 바퀴야?”

“아...홉?!”     

“아니잖아. 여덟이잖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아홉이라고 했어?!”     


+     

"도대체 왜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백백백. 백을 가지고 난리야.     

학교 다닐 땐 수능 백일. 

연애할 땐 사귄 지 백일.

아이 태어나도 백일... 뭐 이건 크게 이의 없지만.

온 나라가 백에 목숨 건 것 같아.     


심지어 은쮸도 매번 백 번 만이야.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진 않아. 하지만 그 아이의 열 번을 모으면 거의 백번에 가까워지더라. 


열 번만을 열 번이나 하고도 내가 버럭 해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다니까.      


그네 열 번만(실은 백 번.) 미끄럼 열 번만(실은 백번.) 퀵보드 열 번만(실은 백 바퀴.)"

     

수화기 넘어 친구는 늘 그렇듯 무심하게 툭, 지혜를 건넸다.


“얘, 천 번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야. 천 번이었음... 하하하 너 오늘 집에는 다 갔다.”     


+     

무척 더웠던 날이었다.


아트센터 야외마당엔 그늘도 없어, 그 여름 그 시간 킥보드 타는 아이는 쮸 하나였다. 


뜨끈해진 벤치에 앉아 숫자를 세고 있던 나는 열 번 만을 열 번을 해도  끝날 것 같지 않아 "눈꽃빙수 먹으러 가자~~”며 아이를 꾀었다.


+

찰나의 사진에는 담기지 않은

나만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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