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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Oct 25. 2022

설거지는 2,000원?

01

얼마 전 <우리 아이들 경제교육>을 주제로 

줌수업을 들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12살 부자가 되는 시크릿'의 저자인 김선 선생님의 강의. 


아이 경제교육은 차치하고

경제관념 꽝인 내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02

(무엇이건 배우면 일상에 적용을 해야지!)


가을을 맞아 

다시 밤낮으로 머랭을 굽기 시작한 아이에게

머랭을 주문하기로 마음 먹고,

마트에서 출발하기 전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쭈~~~ 머랭 좀 주문할 수 있을까?"

???

"내일 엄마가 OO선생님 뵈러 가잖아. 선물로 머랭을 가져가고 싶은데, 너한테 주문하려고."

"좋아요. 오븐 한판 양만 하면 되지?" 

(수화기 너머 들뜬 아이 표정이 보일듯함.)


"응. 그런데... 비용은 얼마야?"

"음... 음..."


김선 쌤 가라사데~ 아이들 용돈 금액이 모호할 때는

(해당 학년 + 1) X 1천 원 X 4주 = 한 달 용돈

상기 원칙을 기준 삼으라 하셨다.


그래서 저 기준으로 머랭 비용을 제시했다.

"음... 5천 원 어때? 머랭 만드는 비용으로 5천 원 지불할게."

(사 먹는 머랭이 얼마야. 5천 원은 너무 열정 페이일까?)

(아니지. 한 주 용돈이 8천 원인데, 머랭 만들기에 5천 원 이상 줄 순 없잖아.)


그때 아이가 하는 말.

"엄마! 파는 머랭 한통이 얼만데... 너무 하지 않아?"


나도 지지 않고 말했다.

"설탕도, 계란도, 오븐도, 오븐 돌리는 전기도 전부 엄마가 비용을 내는데?"

"아..."


결국, 

살짝 미안한 가격 5천 원에 머랭 한통 주문 성공!



03

장 보고 돌아오니, 머랭 만들기 준비가 한창인 아이가 묻는다.


"엄마, 어떤 색깔로 하면 좋겠어?"

"음.. 가을. 가을과 어울리는 색이면 좋을 것 같아."

"가을?"

"응. 그리고 OO선생님과 어울리는 색이면 더 좋을 것 같고."

"엄마, 너무 어려운 주문이라고 생각 안 해?"


한참을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찾던 아이 왈,

"엄마 이번엔 강아지 머랭으로 할게. 이렇게 얼굴하고 귀를 한 후에 눈을..."

"음... 어... 그냥 보통 때 하던 그 모양으로 하면 안 될까?"

"왜에!!!"


"지난번에 강아지 머랭 한번 했잖아. (그래서 망쳤지.) 머랭은 달아서 너무 크면 한 번에 먹기 부담스러워. 강아지 보단 원래 하는 그 모양이 딱 좋아. "

"그때는 처음이라 그랬고, 이번엔 작게 만들 거야."

"그냥 일반 머랭 모양이 좋은데..."

"아 몰라. 내 마음대로 할 거야."

"흥. 고객 말도 안 듣고. 너 너무 불친절한 거 알지?"


04

설탕의 중량을 재고

설탕물의 온도를 측정하고

짤주머니에 담긴 머랭을 짜던 아이가

불쑥 이런다. 


"엄마! 그런데 5천 원에 설거지도 포함된 거야?"

(??? 뭐지? 뭐야? 대답 잘 해야 한다, 박선영.)

"음... 그렇지. 설거지까지 포함이지."

"그럼, 설거지는 얼만데?"

(얼마라고 해야해? 그래도 머랭이 주인공이니까...)

"2천원. 설거지는 2천원."

"그럼 설거지 빼고 3천 원만 받을게요. 설거지는 안 할래."


100도로 예열한 오븐에 

머랭들을 넣고 타이머를 맞춘 아이는

어지러운 주방을 뒤로 한채

표표히 사라졌다.


+

'2천원? 설거지가 2천원? 고작 2천원이라고???'


완성된 머랭을 포장용기에 담으며

정직한 노력

정직한 비용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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