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인상 깊은 문장을 찾아 제 생각을 적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 신이고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사랑의 생애 』, 285쪽)
사랑이 없는 인생은 시시하다.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증오도 모두 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 수많은 감정의 발자취가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감정은 아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나를 찾아온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 이론만 외우는 행위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소용돌이에 휩쓸려 마음을 누비다 보면 감정의 원천을 알게 된다. 사랑의 시작은 거기서부터다.
진폭이 큰 바람 앞에 서면 모든 게 무서워진다. 두 눈을 꼭 감고, 광대무변한 태풍이 안온해지기를 기다리는 일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느껴진다. 한 발짝도 다가설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저 한 걸음만 내디디면 가장 가운데에 있는 감정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데도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호감이 가는 남자가 있었다. 한 달간 연락을 주고받았고, 단둘이 만나기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랑에 들어가기 무서워 주저했었다. 그 남자가 하루에도 여러 번 연락할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먼저 문자를 보낸 적이 없었다. 용기가 빈약했고 확신이 부족했다.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나조차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내 사랑이 정말 사랑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따지고만 있었다. 정의되지 않아도 사랑인 줄 미처 몰랐다.
20살의 첫사랑이 끝나갈 무렵 이승우 작가의 『 사랑의 생애』라는 소설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랑은 경험해 봐야 아는 거구나, 그냥 느끼는 거구나, 스스로 시험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구나. 사랑의 근거는 사랑이었다. 그 사람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자꾸 기억나고, 생각하게 된다는 미사여구들보다 더 정확한 사랑이라는 근거가 있었다.
아직도 사랑의 깊이를 다 알지 못한다. 너무도 깊은 사랑이라는 바다 앞에서 발을 잘못 내디뎠다가 빠져버릴 듯한 두려움에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미 삶 속에 던져져 그 안에서도 뭉근하게 살고 있는 나이기에 다시 한번 들어가 보려 한다. 정의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 사랑을 정의 내리고 싶은 모순적인 마음을 내리누른다. 이따금 사랑에 빠질 때 몸속으로 마구 들어오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무서워지면 사랑만이 가지고 있는 부력의 힘을 되새긴다. 사랑의 파동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