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시즌 6 1화 존은 끔찍해를 보고
9년 전 처음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블랙미러 시리즈는 항상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는 고마운 시리즈였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시대.
마치 이제는 2G 폰을 쓰던 시대처럼 아득하기만 한데, 블랙미러는 여전하다.
<블랙미러 시즌 6 1화 존은 끔찍해>
존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다.
그녀는 때때로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말처럼 자동주행모드와도 같은, 안정적이면서도 무료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의 삶은 스트림베리라는 OTT서비스의 드라마로 낱낱이 공개된다.
보통의 개인처럼 존에게도 여러 단면이 있고, 때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혹은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존은 끔찍해' 라는 이름의 드라마 속에선
이런 순간들 마저도 AI시스템으로 조금씩 다른 각도로 각색되어 더욱 자극적이게 공개된다.
'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라는 해명은 변명이 되게끔.
사실 이러한 상상이 아니어도 삶의 순간들은 스스로의 기억에 의해, 또 타인의 입을 통해 각색될 수 있다.
작은 단어 하나가 의도를 덧붙이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나'라는 캐릭터.
존은 주변인들에게 멸시의 대상이 되어가고, 애인마저 곁을 떠나게 된다.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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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존, 그녀가 선택한 특단의 조치는 본인을 연기하는 배우가 이 시리즈를 멈추고 싶게끔 스스로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통한다. 존을 연기하는 배우 '셀마 헤이엑'이 나선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 다른 사실. 드라마 속 '셀마헤이엑'은 AI이다.
'셀마헤이엑'은 스트림베리와의 계약을 통해 본인의 초상권을 제공한다. 심지어 본인이 원치 않는 장면에서도 그녀에게 이 초상권을 철회할 권리는 없다.
이 대목에서 최근 할리우드의 논쟁점이 되고 있는 미국 작가조합, 배우조합 파업이 떠오른다.
각본에 AI툴을 쓰거나, 단역, 엑스트라 배우들을 AI로 대체하는 일에서
배우와 연기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존과 셀마헤이엑은 힘을 합쳐 스트림베리로 잠입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세상마저도 드라마 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자리에 서있는 존 마저도 결국 실체가 되는 현실차원의 드라마 속, 존을 연기한 애니머피였던 것이다.
그리고 존은 끝끝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슈퍼컴퓨터를 부순다.
작품은 작품 내적인 영역 외적인 영역 두 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먼저 존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면서 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나'라는 존재의 실체는 알기 어렵다.
매 순간 달라지고 수많은 단면을 가진 '나'라는 존재는
남이 정의하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닿아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초반, 삶의 굴레에 무뎌져 있던 존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어낸 후에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내는 듯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삶을 영위하면서.
작품 외적으로는 잠시 언급했던 할리우드 파업과 AI에 대한 논점이 있다.
창작의 영역에 AI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쳐도 되는가 라는 질문,
여기에는 여러 이해관계와 창작 자체에 대한 질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하게 되며 찾아온 산업혁명과도 같은 일이 예술에 적용이 될 때,
단순히 기술이 아닌 두뇌의 영역을 대체하게 될 때,
당장 직면하게 될 문제는 임금과 인원 감축, 기회의 박탈이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예술과 창작의 경계에 대한 의문까지도 나아갈 것이다.
영화, 음악 등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 요소들은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울고 웃게 한 영화와 드라마들,
이 속에는 발견되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떠돌다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명작으로 탄생한 작품도,
기나긴 무명의 세월을 견딘 끝에 빛을 발한 배우도 있다.
한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의 이면에는
그 인물에 대한 이해와 해석, 수많은 연습과 자기 고뇌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작가도, 또 창작의 영역에 있는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가?
+ 여담으로 넷플릭스에서 만든 streamberry사이트에 가면 본인의 사진으로 00 is awful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마케팅에 사용될 수 있다는 동의를 잘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