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_설(雪)

#3. 작가 한 설입니다.

by 묘해

‘찰칵찰칵’

연신 카메라 셔터 소리와 빛나는 조명에 설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분명 팬사인회라고 듣고 왔는데 팬사인회는 행사의 일부일 뿐 정식 명칭은 북토크였다.

라일락홀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그녀! 한 설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낯간지럽고 촌스러운 문장의 현수막이 부끄러울 정도의 큰 사이즈로 펄럭대고 있었다.

설이는 또 속았다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밀려오는 팬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 요청에 정신이 혼미해져 가고 있었고, 그런 그녀가 정신이 들어 예민해지면서 온갖 있지도 않은 욕지거리까지 그 앙증맞은 입술로 마구 쏟아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출판사 대표 김도겸은 설이에게 카페인을 링걸처럼 계속 그녀의 입에 부어주었다.

“작가님 너무 이쁘세요~”

“작가님 이번 작품 진짜 좋아요~”

“작가님 왜 연애는 안 하세요~”

“작가님은 하루 종일 글만 쓰시나요?”

사인을 할 때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물어오는 팬들의 질문에 설이의 정신이 점점 더 혼미해져 갈 때쯤 팬사인회가 끝이 났다.


그리고 설이 가장 싫어하는 인터뷰의 시간이 다가왔다.

설이는 김도겸 대표를 양껏 째려보고 난 후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가 나와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설이에게 질문을 할 모양으로 무시무시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한 설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팬사인회나 북 토크를 웬만해서는 열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셔서 이번 북 토크에 팬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작가님은 알고 계시나요?”

“아뇨. 몰랐습니다. 심지어 북 토크가 계획되어있는지는 이 자리에 와서 알았습니다.”

너무나도 솔직한 설의 답변에 사회자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다.

“하하하... 이런 솔직한 모습을 팬들이 더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시나 보네요.”

“아니요. 그것도 몰랐습니다.”

사회자는 첫 질문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벌써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이 여자 인터뷰를 다시는 하나 봐라.. 어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난 후 사회자는 겨우겨우 질문을 이어갔다.

“한 설 작가님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팬분들이 많습니다. 워낙 사생활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작가님의 미모가 한몫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한 대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 ‘그녀는 진심이었다’에서 ‘그녀’가 작가님 자신을 말하는 것이란 해석도 많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 설의 눈치를 보며 사회자는 겨우겨우 첫 번째 질문을 마쳤다.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설은 눈을 감았고 그런 설의 모습을 보며 북 토크에 참석한 관객들은 그녀가 어떠한 답을 할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김도겸 이 새끼 진짜 죽여버릴 거야. 이딴 걸 질문이라고 질문지를 던져준 거야? 하여튼 이 인간은 판매고를 높일 수 있다면 나도 팔아먹을 놈이야. 아니지... 벌써 팔아먹었지.. 이 단두대 같은 단상에 나를 앉혀 둔 거 보면 벌써 팔아먹은 게지... 그래도 세워 두지 않고 앉혀둔 거를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 그나저나 질문이 뭐더라? 이 참새같이 생긴 사회자가 머라고 지저 겼지? 지저귀다니... 내가 정신이 없네... 머라고 지껄였더라? 아.. 내가 그녀라고? 미친 거 아냐?’

천천히 눈을 뜬 설이는

“미친 거 아닛...”

깜짝 놀란 사회자가 설이를 보며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미쳤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설이는 음음...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게 아니고 오랜만에 많은 팬들을 만나니 너무 가슴이 뛰어서 심장이 미친 것 같다는 거고요... 하하하.”

출판사 대표 김도겸이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이는 오늘은 반드시 저 인간을 죽이리라 굳게 다짐을 하고 나서 평온하고도 자비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진심이었다’의 그녀는 저 한 설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여러분이기도 합니다. 저이기도 하고 사회자분이기도 하고 오늘 저와 마주 보고 있는 여러분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그려나간 작품이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그녀가 더더욱 사랑스럽고 안타깝고 감싸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니까요.”

객석에서 박수 소리와 함성이 들려왔고 카메라 셔터가 다시 터졌다.

카메라 셔터에 설은 순간 찡그리다가 이내 비즈니스적인 표정으로 흐뭇하게 객석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작가님의 답을 들으니 질문한 제가 괜히 머쓱해질 만큼 멋진 답을 해주셨습니다. 역시 작가님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우리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인물상과 그리고 특히 나르시시스트나 소시오패스의 인물과 엮이는 부분에서 더더욱 독자들이 공감을 한 것 같은데요... 작품에서 말했듯이 작가님은 스스로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새끼 지금 뭐라는 거야. 나보고 지금 나르시시스트라고 하는 거야? 지금? 김도겸 저 새끼!!! 오늘 진짜 죽여버릴 거야!!!’

찰나의 번쩍이는 섬광 같은 설이의 눈빛을 본 김도겸은 그냥 그 자리에 누웠다.

스스로 무덤을 파서 누웠다.


다시 온화하고 너그러운 표정으로 설이는 답을 이어갔다.

“작품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나르시시스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다르게 자랐으니까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결국 나 스스로가 자유로워지고 행복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그렇군요. 작가님의 심도 깊은 대답이었네요..”

“그보다...”

“네?”

“그보다 사회자님도 제 소설 읽어보셨나요?”

“네! 물론 읽었지요... 읽지 않고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가 있습니까? 그건 작가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럼 제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나 대사든 문구든 주제든.. 뭐라고 생각하세요? 갑자기 사회자님의 생각이 듣고 싶네요.”

세상 다정한 얼굴로 설은 사회자를 쳐다보았고, 사회자는 질문지에 없는 설이의 즉흥 질문에 몹시 당황하여 김도겸을 봤지만 김도겸은 애써 사회자를 외면하였다.

“아... 저는... 저도 작가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함에서부터 나 자신의 마음이 평안에 이룰 수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세요?” 설은 사회자를 슬쩍 흘겨보았다.

당황한 사회자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아주 크게 대답을 하였고, 그 모습에 관객들은 웃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설의 진면목에 관객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사회자 불쌍해서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연신 웃어댔다.

“사회자님 제 작품 안 보셨구나~ 아니면 우리 김도겸 대표가 이 부분은 얘기 안 해줬나 보네요~”

설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고 그 웃는 모습에 넋이 나간 사회자는 결국 무장해제가 되었다.

“네? 작가님 무슨 말씀이신지... 저 진짜 책 읽었는데요~”

관객들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설도 같이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설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진심이었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녀의 인생이 그리고 그녀가 겪은 모든 일들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겪은 일들에 남 탓을 하기에 바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는 알잖아요.. 저 깊은 가슴 한편에서 작은 칼날을 꺼내어 우리 가슴에 우리 스스로가 칼로 베어내잖아요... 혹시 내가 잘못한 걸까? 내 잘못인 걸까? 내가 문제였던 걸까? 이렇게 스스로 생채기를 내기 시작하잖아요... 그냥 우리 인생에 일어난 그리고 나타난 일일 뿐 인대도 말이죠... 그런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요... 내가 만약 그리고 누군가 우리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보다 더 큰 위로의 말이 있을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진 소통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그녀는 진심이었다’의 주제이기도 하고요.”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중 몇몇은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설에게 완패를 인정하듯 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맞네요. 맞는 말씀이네요. 저도 여태 그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저에게 그 말을 해주었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잠시 생각했을 정도로 가슴 따뜻하고 세상 다정한 위로의 말이네요.”

“사회자님.”

“네?” 놀란 눈으로 설을 쳐다보는 사회자를 향해 설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 다정한 웃음을 사회자에게 지어 보였다.

‘ 네 잘못이 아니야. 잘못한 거는 김도겸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사회자에게 따뜻한 웃음을 연신 지었다.


멍~ 하게 설의 미소를 바라보던 사회자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음 질문으로 이어갔다.

“아... 감사합니다. 작가님께 직접 그 말을 들으니 더더욱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흠. 흠...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작가님은 사생활을 철저하게 숨기... 흠흠... 사생활을 알리지 않는데요.. 흠흠.. 그러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 독자분들이 많이들 궁금해해서요. 하하.”

사회자의 이마에 또다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작가는 작품으로 그리고 글로 말하고 보이는 사람이니까요.. 글이 곧 사생활이지요.”

지그시 웃으며 사회자에게 대답한 끝에 날이 서린 눈빛을 띠었고 그 눈빛을 본 사회자는 또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빠르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남성팬분들 중에는 작가님의 미모에 반한 분들도 많은데 혹시 알고 계신가요?”

“네~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럼 알고 계시다니 바로 다음 질문으로,,,”

질문지를 보던 사회자의 눈이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지를 읽어갔다.

“작가님은 스스로 이쁘다고.. 흠흠... 질문지의 질문들이라서 그대로 읽을게요.

작가님.. 양해를.. 흠흠.. 이쁜 거 알고 계십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웃으며 대답을 하고선 김도겸을 쳐다보는데 김도겸은 이미 북 토크장을 떠나고 없었다. 살고자 사라짐을 택했다.

“넵! 알고 계시답니다.”

관객들은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사회자가 한 설 작가에게 완전히 전사하였음을 관객들은 알아챘고 그 모든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았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소설이 이번에 영화로 제작되어서 지금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언제쯤 시나리오 작업이 완성되는지 다들 궁금해합니다. 작가님.”

“시나리오 작업은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는 만큼 빨리 완성하기 위해서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기 전 완성할 계획입니다.”

“그럼 주인공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신 배우가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는 데다가 어떤 배우 분이 연기를 하시든 시나리오가 좋으니 배우의 연기력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네.. 그럼 시나리오 작업 후의 작가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이라도 조금 말씀해 주실 수 있을지.. 팬분들이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도 기대가 큽니다.”

설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고 북 토크장은 그녀의 진지함에 순간 정적이 흘렸다. 어느새 다시 북 토크장에 들어온 김도겸은 그녀가 어떠한 대답을 할지 어떤 내용을 구상했을지 내심 기대를 하며 그녀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설은 눈을 뜨고 달짝지근한 마른입에 목을 축인 후 마이크를 입에 댔다.

“다음 작품은... 없습니다.”

북 토크장이 술렁거렸고 김도겸은 눈이 튀어나오고 입이 찢어질 정도로 놀란 표정으로 설을 바라보았다.

“네? 다음 작품이 없다니요.. 작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영영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등단 이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지금껏 달려와서 시나리오 작업이 완성되는 대로 조금 휴식시간을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혼자만의 생각이기는 한데 출판사와 상의를 한 후 몇 달 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다음 작품 구상을 해 볼 생각입니다.”

“네. 그러시군요.. 갑작스러운 절필 선언으로 착각해서 다들 깜짝 놀라신 듯 한대요... 잠시 휴식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하시니 팬분들께서도 우리 한 설 작가님이 휴식하신 후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실 거죠?”

“네~~~”

관객석의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북토크는 끝이 났다.



“김도겸 어딨어!!! 당장 튀어오라 그래!!! 내가 오늘 진짜 이 새끼 죽여버릴 거야!!!”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설은 김도겸을 찾으며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작가님 진정하세요~ 밖에서 듣겠어요.”

연수가 연신 그녀를 말리고 진정시키지만 역부족이다.

“연수야 너도 봤지? 아니지 너도 알고 있었냐? 오늘 북 토크인 거 알고 있었냐? 너도 김도겸과 한패면 다시는 너 안 본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알면 분명히 작가님한테 얘기할 게 뻔한데 대표님이 저한테 말했겠어요? 그리고 제가 작가님이 인터뷰 얼마나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아는데...”

“그렇지? 너는 아니지? 너도 몰랐지? 그럼 김도겸과 출판사 직원들 작품이네.. 이거 완전 사기꾼들 아냐~~~ 이렇게 완벽하게 속였다 이거지~~ 김도겸 당장 튀어오라고!!!”

“대표님 아까 도망갔어요.. 아까 아까 한~~~ 참 전에... 그러지 말고 작가님 이거 드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과테말라 원두. 자 자~ 쭉 들이키세요. 아~~~”

“어? 아~~~”

연수는 벌어진 설 입에 스트로를 끼워 넣었고 설은 아기새처럼 스트로로 커피를 주유하듯 연신 빨아댔다.

커피의 반을 흡입하고 나서야 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 새끼 살려면 앞으로 한 달은 내 앞에 못 나타날 거야. 그럼 나는 시나리오 탈고를 하고 까똑 하나 날리고 사라지는 거지. 하하하... 김도겸 새끼 허옇게 질린 얼굴이 벌써 기대된다야... 하하하.. 아니지, 아니지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연수야 얼른 집필실로 가자.. 말 나온 김에 빨리 시나리오 마감해야겠어.. 바쁘다 바빠~ 빨리 가자~ 빨리 가자~”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 오르는 설을 다시 자리에 앉히는 연수.

“됐고! 작가님 밥 좀 먹읍시다. 지금 몇 신줄이나 아세요? 벌써 저녁때가 되고 있어요.. 오늘 드신 거라고는 오전에 제가 드린 토스트와 우유 한 잔이 다라고요... 배 안 고프세요?”

연수의 말을 듣자마자 미친 듯한 허기를 그제야 알아챈 설은 고꾸라지게 배를 움켜 잡았다.

“연수야.. 나 배고파 죽을 거 같아. 김도겸 이 새끼는 일만 시키고 밥도 안 사주고 도망갔어.. 연수야, 네가 밥 사주라.. 사주라. 응?”

“에휴... 뭐 드실 거예요? 떡볶이는 안돼요.. 밥으로 머 드실 거예요?”

“떡볶이.... 가 나한테 밥인데.. 떡볶이 사주세요, 네? 연수 언니 떡볶이가 먹고 싶어요... 스트레스 날아가게 매운 떡볶이로 주세요, 주세요~~~”

떡볶이 먹고 싶을 때만 애교를 부리는 설을 본채 만 채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매정한 연수를 설은 멍~하게 쳐다보았다.

“저 년도 무서운 년이야.. 암요 암요.. 내가 어? 이렇게 불쌍하게 말하는데 어?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네.. 오랜만에 떡볶이 좀 먹자는데 어? 매정한 년... 같이 가~~~ 떡볶이 먹자고 제발!!!”

설은 문을 열고 연수에게 뛰어가며 연신 떡볶이를 외쳤다.

연수는 그런 설을 모르는 사람인 채 대꾸도 없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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