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_설(雪)
#21. 왜 이렇게 늦게 왔어(최종회)
일찍 일어난 설은 펜션 복도 끝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오모리에 그녀가 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눈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 눈발이 약해지는가 싶으면 이내 또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을 좋아하는 설이지만 지금 내리는 눈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제 그만 좀 내리지... 우리 지민이 오게...
지민이 오고 나서 그때 실컷 내리면 안 될까?
나.. 힘없는데...’
설은 하늘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중얼거렸다.
맨발인 채로 복도 끝에 앉아 중얼대고 있는 설을 발견한 주인장이 설에게 뛰어왔다. 그녀 곁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설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펜션 주인은 설의 어깨를 감싸며 설을 일으켰다.
“날이 많이 차요... 맨발로 돌아다니면 안 돼요.”
그제야 설은 자신이 맨발임을 확인하고 펜션 주인을 쳐다봤다.
“아... 차가워.”
“이제?”
“네... 못 느꼈어요... 이상하네...”
“그만 들어갈까요? 커피 내려줄게요.”
설은 펜션 주인의 부축을 받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분명 펜션 주인이 챙겨주는 밥을 꼬박꼬박 잘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설은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더 말라갔다.
펜션 주인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민이 없어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무리 마음이 헛하더라도 아무리 기다림의 시간이 힘들더라도 밥은 꼬박꼬박 먹고 있는데 왜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펜션 주인이 말했다.
“눈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네... 그런가 봐요, 빨리 좀 왔으면 좋겠는데...
보고 싶어 죽겠는데... 더는 못 기다리겠는데...”
설이 커피잔으로 시선을 옮겼다.
“작가님... 기다리는 동안 글 쓰시는 건 어때요?
그럼 시간도 빨리 갈 텐데...”
“안돼요.”
“안돼요?”
“네... 아니 못 써요.”
“왜 못 써요?”
“지민이가 이 원고 읽기 전까지는 단 한 줄도 더는 못 쓸 거 같아요... 저 작품 속에 내가 봉인된 것 같아요... 저기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겠어요...”
“작가님...”
“괜찮아요... 지민이만 오면 다시 쓸 수 있어요...
뭐든 다시 쓰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펜션 주인은 설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도겸에게 전화를 할지 말지 고민했다.
전화를 해도 지민 군이 하루빨리 오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에 그리고 괜히 김 대표만 힘들게 뻔했기에 펜션 주인은 고민을 했다...
그리곤 전화하지 않기로... 며칠 더 설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형.”
방 안에서 짐을 싸던 지민이 송 과장에게 말했다.
“나 이제 가야 해... 설이가 오래 기다리고 있어.”
송 과장이 지민을 보며 말했다.
“알아... 근데 지민아.”
“응.”
“너 돌아오기는 할 거지?”
송 과장의 말에 지민은 대답이 없었다.
“그것만 말해... 지민아... 돌아올 거지?”
송 과장의 눈시울이 빨갛게 변했다.
그런 송 과장의 눈을 애써 피하며 지민이 대답했다.
“아니... 형 나 안 돌아올 거야... 그냥 설이 옆에 있을 거야... 미안해... 형..”
송 과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알았어... 네 맘 다 아니까... 원래부터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 비행기는 몇 시 비행기야?”
“아직 몰라.”
“몰라?”
“응... 눈 때문에 계속 결항이라... 그래도 내일쯤은 갈 수 있을 거래... 아까 공항에서 연락받았어... 그래서 미리 짐 싸놓는 거야.”
“그랬구나.”
“형.”
“응?”
“뒷 일을 부탁해... 한동안 시끄러워지고 힘들겠지만 부탁할 사람이 형 밖에 없어.”
“그래...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너의 선택을 진심으로 응원할게.”
“고마워... 형.”
결항이던 비행기는 꼬박 삼일이 더 지나서야 다시 운행이 되었고 그 삼일 동안 지민과 설은 몰라보게 야위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송 과장은 차라리 지민이가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민은 삼일을 꼬박 하늘만 쳐다봤다.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그렇게 지민은 하늘만 올려다봤다.
그건 지민만이 아니었다.
같은 하늘을 다른 곳에서 설이 역시 하늘만 쳐다봤다.
더 이상 주인장이 차려주는 밥도 먹지 않은 채 설은 복도 끝에 앉아 하늘만 쳐다봤다.
지켜보던 펜션 주인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빨리 지민 군이 오기만을 설과 같이 기다렸다.
지민은 아오모리행 비행기에 드디어 탑승했다.
밤이 되어서야 조금 눈이 잠잠해져 드디어 이륙하게 된 것이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민은 심장이 오랜만에 마구 두근거렸다.
일 년 만에 보는 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야위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지만 이제 몇 시간 후면 그 모든 일들도 과거의 일일 뿐이었다.
이제 그녀를 만나 그동안 아파한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두 번 다시 곁을 떠나지 않겠노라 그녀에게 고백을 하면 되었다.
모든 것이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지민은 호주머니에서 작은 보석상자를 꺼냈다. 보석상자를 여니 예쁜 반지가 반짝거렸다.
설의 네 번째 손가락에 이 반지를 끼워줄 것이다.
그리고 설에게 말할 것이다.
나의 신부가 되어줘... 나의 여신님...
일 년을 기다려온 이 순간을 상상하며 비행기는 힘차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새벽에 설은 잠에서 깨어났다.
선 잠이 든 상태로 좋지 않은 꿈을 꾼 설은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밖은 아직 어슴푸레하였다.
자다 땀을 흘렸는지 설은 더위를 조금 느꼈다.
시원한 바깥공기가 쐬고 싶어 설은 하얀색 긴 카디건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이가 시리도록 상쾌했다.
설은 눈 위를 걷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 눈밭 위를 걷고 싶어졌다.
조금만 걸어가면 저기 저 먼 곳에서 지민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일 것만 같았다.
설은 환하게 웃으며 눈길을 걸어갔다.
설은 맨발이었다.
한참을 걸어 나갔고 이내 펜션 뒤 산등성이까지 올랐다. 온몸에 한기를 느낀 설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이가 다닥다닥 부딪혔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설이 펜션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밑을 내려다보니 맨발인 두 발이 꽁꽁 얼어있었다.
설은 입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 꽁꽁 얼어버린 두 발을 감쌌다. 조금만 쉬었다가 내려가자 생각했다.
차가운 눈밭 위에 설은 앉았다. 앉은 자세로 얼어버린 두 발을 꾹꾹 눌렀다.
감각이 돌아오질 않았다.
조금씩 날이 밝아 오고 있었고 설은 곧 해가 뜰 테니 잠시만 누웠다 가자고 생각했다.
눈밭 위를 누우니 핫코다산에서 눈밭 위에 지민과 누워있던 그때가 떠올랐다.
설은 웃음을 지었다.
핫코다산에서 지민과 먹던 우동이 떠올랐다.
설은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눈밭 위가 새삼 따뜻하게 느껴졌다.
포근히 펜션 안의 이불속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어버린 발이 따뜻해져 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설은 여기가 눈 위인지 방 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고 어디 면 어때 이렇게 기분이 좋은걸... 오랜만에...라고 생각하며 설은 눈 위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의 발은 차디찬 얼음장으로 변해 굳어져가고 있었다.
저 멀리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눈밭에 누워있는 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설은 인기척을 느꼈지만 굳어져 버린 설의 눈이 떠지지 않았다.
눈 밟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다.
그리곤 이내 소리가 멈췄다...
“설아...”
누군가 설의 이름을 불렀다.
잘못 들은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던 설은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눈은 계속 떠지지 않았다.
그때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렸다.
“설아~”
그 순간 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늘은 어느새 밝아져 온통 세상이 하얬고 눈부셨다.
그 눈부심에 잔뜩 얼굴을 찌푸린 설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간신히 다시 눈을 떴다.
“설아... 나 왔어.”
지민이었다.
설이를 눈밭에서 부른 건 지민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지민이 이제야 돌아온 것이었다.
설은 두 눈을 뜨고 지민을 쳐다보았다.
깡 말라버린 지민의 얼굴이 보였고 이내 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이제 왔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늦어서 미안해 설아... 많이 기다렸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지민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민은 누워있는 설을 일으켜 세웠다.
“지민아... 나 몸이 안 움직여...
여기 너무 오래 누워있었나 봐.”
지민이 설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아니야... 일어날 수 있어... 내가 잡아줄게.”
지민의 손을 잡자 설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은 자리에 앉아 말라버린 지민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이게 뭐야... 배우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흑흑...
밥은 먹고 다닌 거야? 많이 힘들었어?”
지민의 얼굴을 바라보며 설은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고 그런 설을 가슴으로 안아주며 지민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너도 얼굴이 이게 뭐야... 그래 가지고 어디 내 신부가 되겠어...
밥은 먹고 다닌 거야?”
설은 울음을 멈추고 지민을 쳐다봤다.
“뭐가 된다고?”
지민이 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내 신부... 신부가 되어야지 한 설... 너를 데리러 온 거야...
설아 내 신부가 되어줄래?”
설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여기서? 산 위인데?”
“어디 면 어때...
너랑 나랑 같이 있으면 산 위도 따뜻한 안방 같아.”
지민은 호주머니에서 보석상자를 꺼내어 설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어주었다.
설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어져 있던 반지는 빼고 그 자리에 가져온 반지를 끼워 주며 말했다.
“나의 신부가 되어 주세요... 나의 여신님.”
“응.”
“나와 영원히 함께 해 주세요... 나의 여신님.”
“응.”
“약속한 거다?”
“응.”
“우리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거다?”
“응.”
“그럼 우리 가자.”
“지민아.”
“왜?”
“나 다리가 안 움직여. 감각이 없어.”
“괜찮아... 움직여 봐... 움직여질 거야.”
지민의 말대로 꽁꽁 얼어버린 두 다리가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 발임에도 더 이상 발이 차갑지가 않았다.
오히려 눈 위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신기해... 눈이 따뜻해.”
“나랑 같이 있어서 그래.”
“신기해... 하나도 춥지가 않아.”
“나랑 함께여서 그래.”
“근데 지민아..”
“응?”
“나 기쁜데 좋은데... 왜 이렇게 슬프지?”
“이제 안 슬플 거야...”
“우리 새드엔딩이야? 난 해피엔딩이 좋은데...”
“해피엔딩 맞아.. 우리 같이 있으니 해피엔딩이야.”
“산 속인데도?”
“어디든 상관없어... 산 속이든 아오모리든 한국이든 아니면 하늘이든 어디든 상관없어...
너랑 함께라면 나는 상관없어...”
“응. 나도 상관없어...”
지민과 설은 눈 속을 나란히 걸어갔다.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걸어가다 멈추고 지민은 호주머니에서 스카프를 꺼내어 설의 목에 둘러주었다.
그리고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걸어가던 설이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다보았다.
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설의 옆에서 나란히 걷던 지민이 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설은 고개를 돌려 지민을 쳐다보았고 지민의 따뜻한 미소에 다시 걸어갔다.
아침 해가 따사로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오랜만에 눈이 그쳐 하늘은 끝도 없이 맑았다.
새벽녘에 잠에서 깬 펜션 주인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조용히 설의 방으로 갔다.
며칠째 지켜본 설의 상태가 이상했던 터라 걱정이 되어 설의 방 앞까지 걸어갔다.
문을 열어보려다가 이내 마음을 접고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며칠째 제대로 잠을 못 이룬 설이 행여나 깰까 봐 조용히 돌아왔다.
한 번 깬 잠은 쉽사리 다시 들지 않아 펜션 주인은 이른 아침을 준비할 생각에 주방으로 가서 TV를 켰다.
TV에서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뉴스 속보입니다.
어젯밤 자정을 넘어 아오모리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설로 인해 추락하였습니다. 추락 지점은 아오모리 인근으로 추측되고 있고 생존자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어젯밤 자정을 넘어 아오모리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설로 인해 추락하였습니다.”
펜션 주인은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렸고 접시는 쨍그랑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손을 부들부들 떨던 펜션 주인은 설이 방으로 뛰어갔다.
설의 방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펜션 주인은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설이 없었다.
덜컥 겁이 났다.
펜션 주인은 전화기를 꺼내 공항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았다.
도겸에게 전화를 하였다.
도겸이 전화를 받자마자 펜션 주인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겸에게 상황을 알렸다.
도겸은 놀라며 설을 찾아달라 펜션 주인에게 부탁을 했고 지민의 소속사로 혹시나 지민이 그 비행기에 탑승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을 했다.
펜션 주인은 전화를 끊고 손전등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손전등으로 길을 비추어봐도 눈 위에 사람 발자국이라고는 없었다.
설이 밖에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펜션 주인은 다시 펜션 안으로 들어가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의 방으로 다시 돌아간 펜션 주인은 테이블 위에 놓인 원고를 발견했다.
‘雪(설)’이었다.
제목만으로도 그 원고임을 펜션 주인은 직감했다.
‘분명 지민 군이 와야 원고를 보여준다고 했는데...
원고가 왜 테이블 위에 있지?’
그 순간 펜션 주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민 군이 온 것이다.
펜션 주인은 밖으로 뛰어나가 눈 위를 손전등으로 다시 밝혔다.
아... 설은 나간 지 한참 지난 것임을 펜션 주인은 깨달았다. 설의 발자국 위로 눈이 다시 쌓인 것이었다...
한참 전에 설은 어디로 갔을까...
주위를 둘러보다가 펜션 주인은 산으로 향했다.
아직 날이 채 밝아오기 전이라 어둑어둑했지만 펜션 주인은 미친 듯이 산을 뛰어올라갔다.
“작가님!”
이름을 부르며 산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지만 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디 근처 마실을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펜션 앞에 있던 설의 부츠가 생각났다...
그녀는 또 맨발로 나간 것이다.
아득해지는 등골을 부여잡으며 펜션 주인은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었다.
한참을 더 산을 헤매던 펜션 주인은 잠시 엎드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혹시 설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펜션 주인은 남은 힘을 다해 그곳으로 뛰어갔다.
점점 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설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펜션 주인은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뭔지 확인하려고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반짝이는 것이 눈 속에 반쯤 파묻힌 채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펜션 주인은 들고 있던 손전등을 던져버리고 눈을 파기 시작했다...
그 순간 펜션 주인은 얼어버렸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멀리서 반짝이던 것은 설의 손가락에 끼워진 지민의 반지였다.
꼭 여기에 누워있는 설이의 시신을 데려가라는 듯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펜션 주인은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눈을 파헤쳤다.
펜션 주인의 손이 얼어갈 때쯤 눈 속에 파묻힌 채로 곤하게 잠들어있는 설의 얼굴이 보였다.
설의 얼굴은 눈 속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안해 보였다.
“작가님!!!”
펜션 주인은 울면서 미친 듯이 설을 불렀지만 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얇게 입고 나온 건지 설의 몸은 외투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얼어버렸고 그런 설을 눈 속에서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펜션 주인은 설의 발 쪽에서 카디건을 발견했다.
설이 입고 있던 카디건이었다.
카디건을 치우니 꽁꽁 얼다 못해 파랗게 변해버린 앙상한 설의 작은 발이 드러났다.
펜션 주인은 설의 발을 만지며 목놓아 울었다.
분명 여기까지 올라와서 돌아가려 했지만 발이 얼어버려 설은 카디건으로 발을 녹인 게 분명했다.
그녀는 마지막을 택한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단지 발이 너무 차가워 잠시 발을 녹이려 멈추었다가 잠이 든 것이 분명했다.
조금 더 일찍 설을 찾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러워 펜션 주인은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게 제가 신발 신으라고 했잖아요... 발 시리다고... 작가님...”
펜션 주인은 한참을 울었고 전화기는 미친 듯이 울려댔지만 펜션 주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비행기 추락을 알리던 뉴스 속보는 내용을 바꾸어 다급하게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탑승자는 전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사망자 명단에는... 배우 서지민 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배우 서지민 씨가 아오모리행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설아... 따뜻해?”
“응. 따뜻해.”
“설아... 행복해?”
“응. 행복해.”
“설아... 영원히 우리 같이 있자, 이제는.”
“응. 그러자.”
“설아.”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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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쓴 소설 설(雪)의 연재가 끝이 났습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 읽어줄까? 재미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뻔한 사랑 얘기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고민 끝에 단 한 명이라도 저의 첫 소설을 읽어 주신다면 끝까지 연재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연재를 시작한 지 넉 달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저의 첫 소설 설(雪)을 읽어 주신 작가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언젠가 두 번째 소설을 쓰겠지만 그리고 그때도 연재를 하기 전 수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다시 용기 내어 써 내려가고 연재를 하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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