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묘해 Aug 15. 2022

나의 일상에게

★ 나의 뮤즈 ★

새벽 5시...

여느 때처럼 하루를 시작하려

침대에서 일어났어

그러고 보니 일요일 이더라구

멋쩍게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했지

머리는 보기 좋게 뒤집어져 있었지


거실로 나와 매일 그렇듯 향초를 켜고

조용한 음악을 틀었어

아직 씻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이솝 향수를 허공에 조금 뿌렸어

향초와 향수가 뒤섞여 거실 가득 향을 품어냈지만

향초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향수의 향을 찾아 음미했어


커피를 내렸어

매일 아침 그러하듯 커피를 내리고

컵에는 얼음을 가득 채웠지

어젯밤 늦게 마신 커피를 생각하면

지금 몇 시간 만에 또 커피를 마시는 거야

항상 그렇듯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커피니까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고 향을 느끼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

그러다 문득 차를 타고 나가기로 했어

이른 아침이라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오늘 하루 먹어야 할 약이 많이 남아있지만

나가기로 했어


여전히 날씨는 좋았고

차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도 멋졌어

정말 멋졌지

며칠 전 봐 둔 꽤나 거리가 먼 카페를 향해 달렸어

아주 크고 예쁜 카페였는데 무엇보다 카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곳을 향해 내달렸어

내달렸다기보다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운전했지

아스팔트의 쪼임과 틀어짐을 다 느낄 정도로 천천히 달렸지

일요일 내 하루는 아직도 오전이니까

여유가 있었거든


사십 분을 달려 카페에 도착했어

이른 시간이라 조용했어

커피와 크로와상 하나를 주문하고

이층 창문가에 앉았어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니

아주 넓은 들판이 펼쳐졌어

이런 자연 속에 카페가 있었다니...

연신 감탄을 하며 커피를 마셨지

새벽에도 커피를 마셨지만 하루에 세 잔 이상도 거뜬하니까...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내다보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대신

좋아하는 음악을 블루투스로 들었지

어린 왕자다시 읽었어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평온한 일요일도 다 지나가는 시간이야

집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켜서

오늘 하루 지나간 시간들을 조금씩 꺼내보았어

운전을 많이 한 탓에 조금은 피곤했지만

운전하는 동안 화가 나지는 않았는지

크락션을 울리지는 않았는지

많은 것들을 생각했어


잘나지는 않더라도 멋지게는 못 살아내더라도

적어도 정상적으로는 살아가자

모범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교통법규와

친절함은 가지고 살자

또 한 번 되뇌었지


다시 향초를 켜고 거실에 불을 끄고

스탠드 불을 밝혔어

하루의 정리를 하는 중이지

일요일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았어

많은 것들을 하고 느끼고 생각했지

혼자인 시간에 바쁘게 지내려 노력하고

되도록 기억하지 않으려 무단한 애를 썼지


하지만 결국

하루가 끝나가는 지금

또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목 끝까지 차오른 그 말을 내뱉고야 말지...


보고 싶어...


결국 내뱉고 말았지

글. 그림 by 묘해

작가의 이전글 다른 시간 속에 살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