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계 어디에 서 있는가(4)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며 오지도 않은 메시지를 살피는 아이,
그리고 그런 아이가 어떤지 수시로 살피고는 있는 나.
불안했던 우리 가족은 평화로움을 찾았다.
괜찮다는 아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기분이 어떤지 자꾸 묻지 말아야지.
친구끼리 오해하고, 아프게 하고, 서로 아프고..
그런 일이 어디 이번뿐이랴..
다음날도 아이는 씩씩하게 학교에 갔고, 또 즐겁게 집에 돌아왔다.
"엄마, 지민이가 오늘 나한테 사과했어요."
"응? 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지?"
"모르겠어.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내 자리 쪽으로 와서는,
그날 때린 거 미안하다고 그랬어. 용서해 줄 수 있냐고. 그래서 괜찮다고 했어."
"와 정말? 너무 멋진데? 덕이 기분 어땠어?"
"좀 놀라긴 했는데, 좋았어요."
"와, 너무 멋진데. 그거 알아? 우리 덕이가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든 거야.
그리고 지민이도 정말 멋지다. 용기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덕이 주변에는 정말 멋진 친구들이 많구나."
아이는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
나는 '이건 우리 덕이가 다 그렇게 있어 주었기 때문이야.'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와 친구가 스스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짓다니, 너무나도 대견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뿌듯함도 잠시, 갑자기 마음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럼 나는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건가?'
다시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잘못된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해, 하지 않아야 할 것은 분명히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이 상황을 이렇게 알게 됐는데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나는 결국 새끼 일 앞에서도 현명한 어른이고 싶고, 가르치고 싶고,
내가 겪은 불편함을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앞으로 그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평등하고, 온전하며
힘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무도 다른 이를 함부로 다룰 권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덕이야, 이번 주말에 지민이 우리 집에 와서 놀자고 하자.
엄마가 초대한다고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