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마치고 인덕션을 들어 올려 닦았다. 우리 집은 인덕션 뒤와 옆에 틈이 있어서 음식을 하다 보면 그 주변에 어쩔 수 없이 음식물들이 튀어 들어가곤 한다. 다행히 인덕션이 분리이동 가능해서 간단히 들어 올려 닦을 수 있지만, 나는 대부분을 안 본 척, 못 본 척 넘어간다. 그런 일은 꼭 분주하고 바쁠 때 일어난다고 말하면 나의 더러움을 감출 수 있으려나.
그런데 오늘은 표면을 반짝이게 하는 것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곳까지 들춰내고 치웠다.
"와, 오늘 주방이 왜 이리 깨끗해. 역시 다르네."
아내의 집안일에 어떻게 반응해줘야 하는지, 긴 세월 잘 훈련된 우리 남편은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기분 좋게 한마디를 해준다.
"집안일에 15분 정도만 시간 더 써볼까 싶어서 그 안에 할 수 있는 일 하나 찾아서 했어."
정말 신기하게도 주방 전체가 환해진 느낌이다. 분명 평소 하던 정리에서 보이지 않는 곳 청소를 더한 것뿐인데, 이 잘했다는 다소 오버스러운 뿌듯함과 실제로 느껴지는 깨끗함. 아니, 그보다는 시원함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은 이 느낌은 그래, 맞다. 산뜻함이었다.
사실 집을 깨끗하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치우다 보면 끝이 없고, 매일 눈에 보이는 것들을 대충 정리하다 보니 '깔끔한 집'이라는 목표는 점점 멀어지기만 했다. 큰맘 먹고 온 집안 다 뒤집어 싹 갈아치운 적이 없지는 않으나, 그때 기억이 좋았던 것만큼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이다. 온 집안을 한 번에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또 집안일에 올인할 수 없다는 나의 고집으로,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설이면서 계속 미뤄왔다.
그런데 인덕션 하나를 말끔히 닦았을 뿐인데 주방의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 작은 변화가 준 상쾌한 충격은 '삶이 나에게 또 무엇을 알려주는구나'라는 깨달음이다. 삶은 나에게 항상 멋진 무엇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나는 나의 기분에 따라 감정에 따라 알아먹고 못 알아먹고를 변덕스럽게 해 왔다.
이제 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하루에 선반 위, 책장 한 칸을 깨끗이 한다. 하루 중 30분을 완전히 계획적으로 잘 쓰는 것을 연습한다. 하루 1분 심호흡을 한다. 한 곡의 노래를 듣고 책 한 페이지를 완벽하게 읽어본다. 이는 나만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자 '숨통'이다. 실제로 이 시공간에 숨통이 트인다. 그리고 내 삶 전체에 멋진 바람이 불어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