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지 않은 하루의 끝에서
내 의견을 듣는 대신 다른 이의 말을 그대로 듣고 그의 말을 경험하는 것.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글쓴이의 말을 그대로 한 번 입어보는 것.
맛있는 음식을 두고 그 음식의 향을 음미하고 유심히 살피고,
온전히 그 맛을 느껴 보는 것.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말하고,
또 그 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것.
거기에서 나는 어떤 역할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오늘 아침에 나는 그런 하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나 자신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 갇혀있는 여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상대에게, 이 세상에 관심을 두고 '나'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다짐했었다.
그래서 내가 의도한 바를 굳이 내가 해야 한다는 아집을 버리고, 내 밖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면,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것은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따라오겠구나 싶었다.
나는 오늘 그렇게 매 순간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하루를 기대했고, 기대만 했다.
그저 하루종일 '내가 그걸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만 했던 듯하다.
게으름을 피우고 뒹굴 거리면서도, 내가 그걸 하지 않고 있는 것에 화가 났고,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멋지게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었다.
결국 '나'라는 틀에 갇혀서 여기서 나와야지, 나와야지 하면서 .. 대부분의 시간을 경이롭지 않게 그렇게 보냈다.
오늘은 경이롭지 않은 하루임을 인정합니다.
경이롭지 않은 하루임을 인정하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여기에 무엇이 더해지면 멋져질지를 생각하게 됨이 감사합니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내가 드는 감정은
그저 그 일이 일어나게 하려는 의도에
내가 힘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일은 꼭 '나'이어야 내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일 역시,
그 일에 꼭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고 '일어나는 그 일'이며,
내가 '되고자 하는 그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내'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없습니다.
이렇게 나, 나, 나 거리는 것조차 부끄럼이 올라오지만
언젠가는 내가 아닌 당신을, 세상을, 그리고 내가 세운 의도에
나의 시선이 가득 채워질 날이 있을 것이라고.
그런 의도로 나와 나의 하루를 관대하게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