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 카마이클, '침대 부수기'를 읽고
나름 야심 차게 시작했던 글쓰기도, 유튜브 영상 만들기도, 그리고 트레이딩 훈련도 모두 멈추었다.
가족 여행을 핑계 삼았지만, 실은 나의 형편없음과 나아지지 않음에 대한 좌절이었다.
에번 카마이클의 '침대 부수기'라는 책은 가슴이 뛰는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음에도 거창한 계획과 걱정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시작은 했지만 끊임없이 비교하고 조급해하며 자신의 지금에 만족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바로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가? 바로 침대에서 벗어나 일을 시작하는가? 사람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말하는가? 망설이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가? 아이디어를 당장 실행하는 게 정답이지만 대다수는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며 준비한다.
- 에번 카마이클, '침대 부수기' 중에서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것도, 유튜브를 하겠다는 것도, 전문 트레이더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훈련하겠다는 것도 모두 10여 년 이상, 어떤 것은 30년이 넘게 가져온 나의 꿈이지만 이 일들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은 정말 순간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브런치 응모가 그랬고, 글 연재가 그러했다. 결혼을 결심한 것도, 이사를 결정하거나 직업을 택했던 것 역시 결국 순간적인 결정이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장단점을 분석하고, 궁리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했었다면, 아마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결정했다고 착각하면서 내낸 분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신기하게 이런 결정들은 뒤돌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책에서는 중요한 결정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백 프로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 그러고 보면 내가 직업에 있어서는 계속 ing. 즉, 계속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거의 20년을 다녔는데, 이 부분은 내가 가슴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사소한 결정은 머리로, 중요한 결정은 가슴으로
아주 중요한 결정이라면, 그러니까 삶을 크게 바꿔놓을 잠재력을 지닌 일이라면 가슴으로 판단해야 한다. 머리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가슴이 뛸 만큼 원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머리는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 판단해 봐도 환영할 만한 아이디어로 보인다면 그 아이디어는 대단치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지 말지 최종 결정을 내릴 땐 가슴이 시키는 말을 따라야 하고, 그다음 실행 방법을 모색할 땐 머리가 시키는 말을 따라야 한다.
- 에번 카마이클, '침대 부수기' 중에서
글을 쓰면서 살겠다, 작가가 되겠다는 중요한 결정은 가슴으로 하고 그 과정에 사소한 결정은 머리로 하겠다. 전문 트레이더로 존재하겠다는 결정은 가슴으로 했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소한 결정들은 머리로 하겠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게 하겠다는 나의 결정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했다. 마음으로 하는 결정이라면 나는 세상을 구할 수도, 깨울 수도 있다. 그리고 '내 그릇이 얼마만큼인지', '과연 승산이 있는지' 하면서 머리를 굴리지만 않는다면, 이런 결정으로 사는 나의 삶은...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다.
계획을 세우는 게 효과가 없다거나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이 우선순위여선 안된다는 얘기다.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싶은 긍정에너지, 의욕과 영감에 가득 차 있는가? 그렇다면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해선 안된다!
2퍼센트 차이만 만들 수 있다면 즉시 실행해야 한다.
- 에번 카마이클, '침대 부수기' 중에서
저자는 당신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 바로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대화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 별다를 게 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바로 시작한 일들에 대한 작가의 경험담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작가는 '팟캐스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림과 동시에 같이 할 동료에게 그 얘기를 전했고, 반가워하면서 언제부터 할지 날짜를 정하자는 그에게 '지금 바로 하자'고 말했다. 물론 시작은 엉망일 것이라면서 말이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운동을 할지, 식이조절을 할지, 운동을 한다면 어떤 운동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수많은 선택 사항 중에서 고르고 고민하는 것 대신에, 그냥 바로 팔 굽혀 펴기를 열다섯 번 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야지 했으면 한 페이지를 읽고, 글을 쓰고 싶다면 한 줄을 바로 쓰는 것이다. 그는 이전 저서는 책을 내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고 했는데(그는 원래 상당히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이 2퍼센트 차이 만들기를 적용하고는 이 책을 8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8주 만에 '실행력'에 관한 책을 내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가 만든 '2퍼센트 차이'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 중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하고 글을 쓰는 것. (물론 그렇게 완성된 원고는 고치고 고쳐야 할 정도로 처음엔 엉망이었다고.)
일례로 이 책을 읽고 의욕이 생겼다면, 가장 좋은 행동은 독서를 멈추는 것이다.
- 에번 카마이클, '침대 부수기' 중에서
책을 읽을 때면 늘 그렇지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유독 더 많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정말 새로운 것부터 과거 언젠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하지 않았거나 멈추었던 것들까지.
'이 책에서 영감 받은 이 내용을 잊지 않게 옮겨 적어야겠다."
'책상 앞에 크게 보이게도 적어두어야지.'
'트레이더로서 나의 입지를 알리고 그 훈련일지로 브런치 글을 연재하겠다.'
'그 글을 연재하기 전에 이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고 기여가 될 수 있다면.. 하는 내 가슴의 결정에, 내가 그럴만한 사람인지 어떤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집 물건을 비우고 가구배치를 새롭게 하는 것'
'아이들 방과 주방, 거실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아이디어들'
다음 주부터는 트레이더로서 고군분투하면서 스스로 성찰하게 되는 내용을 위주로 훈련일지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바로 연재 올릴게요.(2퍼센트 차이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