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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비쌌던) 초콜릿 세 개의 행복

by 금이

오랜만에 만날 동료 언니에게 반가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근무 중 잠깐 스치듯 마주치는 정도였지만, 그 짧은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편의점 앞에 멈춰 서서 고민에 빠졌다. 음료수를 살까, 초콜릿 같은 걸 사볼까? 야간 근무 중, 이미 늦은 시간이라 어떤 게 좋을지 더 망설여졌다.


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정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며칠 전,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다정한 마음을 건넸을 때 얼마나 신나고 행복하던지. 나도 그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편의점 진열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2+1 행사가 붙은 초콜릿 하나를 골랐다. 평소엔 ‘비싸다’고 생각해서 잘 사먹지 않던, 조금 큼직한 초콜릿이었다. “이참에 한번 사보자.” 마음을 정하고 계산대로 갔는데, 예상보다 금액이 높았다. 9,600원이란다. 나는 3,600원짜리 초콜릿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가격은 4,800원. 순간 멈칫했지만, 웃으며 “제가 비싼 걸 골랐네요” 하고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언니를 기다리는데,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 통통 튀는 느낌. 작은 일이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어둑한 저녁을 환하게 채워주는 무언가였다. 언니를 만나 초콜릿을 건네며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언니는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나눈 뒤에도

“여전히 제게는 두 개의 커다란 초콜릿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밤 9시, 나는 야간 근무 중이다. 오늘 저녁은 든든히 먹었고, 더는 뭐가 들어갈 배도 아니다. 그런데 가방 안의 초콜릿이 자꾸 마음을 끈다. 내가 직접 고르고, 계산하고, 기쁜 마음으로 건넸던 그 초콜릿. 지금은 내게 작은 유혹이 되어 눈을 끌고 있다.


“어차피 오늘 밤엔 먹을 텐데, 그냥 지금 먹을까?”

그 생각에 혼자 피식 웃는다.


하지만 오늘 밤은 조금 다르게 해볼까 싶다. 이 초콜릿 하나를 남편에게 건네며 깔깔 웃을 내일 아침을 상상하니, 지금 이 달콤한 유혹도 조금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이 내게 더 달콤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두 개가 있으니 한 개쯤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속삭임도 들려오긴 하지만.

안 되겠다. 오늘은 브런치에 “내일 아침에 먹었다”는 글을 올리기 위해, 이 유혹을 이겨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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