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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파티의 호스트로서

by 금이

나는 종종 내 삶을 파티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 그 파티의 호스트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 곁에는 나를 돕는 어시스트들이 있고,
내가 기꺼이 초대한 소중한 손님들, 게스트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이 파티를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내가 준비한 음악, 음식, 대화, 공간 안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기억을 만든다.

그렇게 파티는 잘 흘러가고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파티장에 불을 지른다.
모두를 위해 준비한 따뜻한 공간이 순식간에 혼란과 공포로 가득 찬다.

나는 호스트로서 망설일 틈도 없이 움직이고
불을 끄고,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힘을 다한다.
그리고 불이 꺼진 후엔 남겨진 재를 보며 생각한다.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상처받은 이들에게 어떤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나는 주저앉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주저앉고 싶기도 하다.
‘왜 이런 일이 또 나에게 일어났을까.’
‘이젠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런 이야기들이 나를 감싸 안을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은
일어난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붙어오는 나의 이야기들이지 않은가.
물론 슬프고 원망스럽고 서러운 마음은 나를 인간답게 하지만,
거기에만 잠식되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호스트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난다.

다시, 호스트이길 선언한다.

일어난 일만을 본다.

그 안에서 내가 다루어야 할 것들만을 다룬다.
누군가에게 온전하지 못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필요하다면 약속을 바꾸고, 시일을 미루기도 한다.


다시 파티장을 세운다.
이제 이곳은 기대만큼 반짝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든 찾아오는 이들을 환대한다.
떠나는 이에게도 웃으며 인사한다.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이 파티장은
오히려 다 갖춰진 그 어떤 공간보다도
더 활기차고, 더 진심이 가득하고, 더 사랑이 넘친다.


내 삶이라는 파티의 호스트로서,
나는 오늘도 나의 오늘을, 파티를 준비한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각자의 파티에서 주인장이면서도,
누군가의 파티에 초대받은 손님이기도 합니다.

이 순간, 기꺼이 제 삶의 파티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이라는 존재만으로,
이 공간은 더욱 아름다운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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