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다시 시작한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채로, 두 달이 흘렀다.
두 달 전 마지막으로 쓴 글도 사실 한참을 멈췄다가 억지로 “가볍게” 써본 것이었다.
그러고도 그대로 또 멈췄다.
‘가볍게 다시 시작하자.’
‘이렇게 욕심 없이 하면 되는 것을.’
그런 말들을 하고도 멈췄으니, 할 말이 없다.
다시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꺼내고 보니, 바로 이 몇 줄을 쓰면서도 ‘뜨끔’한 생각이 든다.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이 말이 참 어린애스럽다.
그래, 진작에 '뭐라도 쓰자'고, 브런치를 펼쳤어야 했다. 그래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멈춘 이유를 세상에 내 놓은 것 말이다. 내 머릿 속 생각이 부끄러워 그대로 둔다면, 어느새 그것은 그냥 내 안에 자리잡는다.
어떤 주제를 제대로 다뤄보고 싶었다.
기획하고, 글의 결을 맞추고, 맥락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떨리고, 설레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써보니 방향이 영 이상했다.
기획에 맞추자니 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고,
내가 쓴 것 같은 글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결국, 그 기획도 멈췄고
그 기획이 머릿속에 미완으로 남아 있다는 이유로
다른 글들도 쓰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 또한 참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다른 할 일들이 많았다, 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핑계라는 걸 안다.
나는 투자 공부를 하면서도 글쓰기를 핑계로 삼고,
아이들과의 시간, 집안일, 건강, 사람들과의 연락까지도
‘해야 했던 일들’을 서로 엮어가며 돌려막기처럼 회피한다.
참 능숙하게도 그러고 있다.
‘하지 않을 이유’는 필요할 때마다 새로 만든다.
하지만 ‘해야 할 이유’는 하나면 충분하다.
내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그런데 무서운 건,
하지 않을 이유도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끝난다.
나는 아직,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효과적인 글, 읽히는 글, 의미 있는 글.
하지만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 나다운 글을 방해했다.
기획이 잘못된 것인지,
내가 글을 다듬는 방식이 틀린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하나는 안다.
멈추기 전에 먼저 물었어야 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나다운가?
나는 무엇에 영향을 받고 있는가?
그 질문을 놓친 채, 멈추는 것부터 했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두 달 내내 있었고,
오늘 달랐던 것은 브런치를 연 것이다.
그래서 다시 쓰는 이유는 사실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고자 하는 내가 이유라면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