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낡은 지혜를 뒤집어 새로운 길을 묻다: 꼰대 부장의 '꺼꾸로 속담' 고백
인사부장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같이 빽빽한 ‘사람의 숲’을 헤치고 다니는 일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나는 무표정한 얼굴들, 사무실 모니터 너머로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퇴근길 술잔에 담긴 씁쓸한 한탄들. 누군가를 새로 뽑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때로는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를 떠나 보내는 일을 20년 넘게 반복해왔습니다. 제 책상 위에는 늘 수천 장의 인사기록 카드와 함께, 모서리가 닳아버린 오래된 속담집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응축된 그 짧은 문장들은, 복잡한 조직의 생리를 설명하는 가장 명쾌하고도 날카로운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제가 신입 사원들에게 던지는 속담들이 그들에게는 ‘넘지 못할 벽’이나 ‘낡은 가이드라인’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니 조심해라.”
“모난 돌이 정 맞으니 튀지 마라.”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며 겸손해라.”
생각해보면 이 말들은 본래 비아냥이나 경고, 혹은 정해진 분수를 지키라는 억압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동굴 속에 갇힌 죄수들이 벽에 비친 그림자를 실체라고 믿는 환상을 경고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속담이 비추는 ‘경고의 그림자’만을 진리라 여겨온 것은 아닐까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에 갇혀 협력의 가능성을 거세당했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두려움에 각자의 고유한 빛을 깎아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사부장의 창가에서 지켜본 삶의 풍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 속 선율처럼 미묘하고도 중층적이었습니다. 와타나베가 상실이라는 숲속의 어둠을 헤매며 보이지 않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듯, 저 또한 낡은 속담의 이면에 숨겨진 ‘들리지 않는 가능성’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 쉰,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길들여진 상식에 대한 ‘품격 있는 반항’입니다. 원래 속담은 농경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금기(Taboo)이자 비아냥을 담은 경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현대의 파도 속에서 그 금기는 때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됩니다. 저는 이제 그 족쇄를 풀어보려 합니다.
이 책은 익숙한 그림자를 뒤집어보는 시도입니다. 때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야만 바다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던 지평선을 마주할 수 있고, 올챙이 적을 잊고 당당하게 도약하는 개구리만이 다음 계절의 늪을 건널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성공한 리더들은 모두 속담의 경계를 허물고 ‘꺼꾸로’ 걸어간 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세 가지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 “상황이 뒤집혀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입니다. 우리가 흔히 부정적이라 믿었던 최악의 상황도 관점만 살짝 바꾸면 인생 최고의 기회로 탈바꿈합니다.
둘째, “세대 간의 단단한 연결”입니다. 낡은 속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50대의 묵직한 경험과 MZ세대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만나는 따뜻한 접점을 찾고 싶었습니다.
셋째, “실효적인 삶의 태도”입니다. 단순히 문장을 비트는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 인사 현장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며 얻은 ‘진짜 통찰’을 담았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며, 이제는 남이 매긴 점수가 아니라 나 스스로 내 인생의 인사평가를 내려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저 역시 제가 알던 모든 익숙한 속담들을 다시 읽기로 했습니다. 이 ‘꺼꾸로 읽기’가 세상이 말하는 정답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꽉 막힌 앞날을 고민하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작은 숨구멍’이 되길 바랍니다.
“상황이 뒤집혀도 괜찮다.”
이 한 문장을 가슴에 품고 동굴의 벽면을 박차고 나오십시오. 거꾸로 매달린 속담들 사이에서 당신만의 푸른 빛을 발견하기를 소망합니다. 낡은 지혜를 뒤집어낼 때, 비로소 우리의 진짜 인생이 시작될 것입니다.
자, 이제 저와 함께 배를 산으로 옮길 준비가 되셨습니까?
그 산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