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당신의 협업이 피곤한 이유..

무조건적인 협동보다 중요한 '팀 빌딩'의 기술

by 심 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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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여럿이 하면 더 수월하다는 뜻으로 함께하는 ‘협동의 가치’ 자체를 ‘선’으로 전제하는 조직의 언어입니다. 조직 안에서 이 속담은 팀워크를 독려하고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십 대 인사부장은 이 익숙한 문장을 거꾸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백지장을 맞드는 행위 자체가 조직의 독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때문이죠.


진정한 협력은 단순히 무게를 나누는 행위가 아닙니다. 백지장을 맞든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당기면 종이는 그저 찢어질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힘을 보태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디로 옮길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목표의 공유입니다. 맞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합의해야 할 것은 ‘얼마나 힘을 보탤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로 갈 것인가’여야 합니다.


몇 년 전, 전사적인 사내 이벤트 기획을 위해 각 팀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을 한 명씩 뽑아 TF팀을 꾸린 적이 있었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취지로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으니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지요.
하지만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첫 회의부터 묘한 기류가 흘렀습니다. 기획팀은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고집하며 당겼고, 홍보팀은 외부 노출을 위해 자극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며 당겼습니다. 재무팀은 비용과 리스크를 주장하며 또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겼죠. 누구 하나 틀린 말은 없었지만, 백지장 한 장이 사방으로 찢어지기 직전의 형국이었습니다.

행사는 단순한데 결정은 한없이 복잡해졌고, 회의 시간만 무의미하게 늘어갔습니다.

저는 결국 회의를 멈추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백지장이 무거워서 맞들고 있는 게 아닙니다. 서로 잘났다고 힘 자랑 하느라 종이를 찢고 있는 겁니다. 이제 그만 힘을 빼세요. 그리고 이 행사가 오직 ‘직원들의 행복’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가게 합시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의 고집이라는 ‘무게’를 내려놓고 ‘방향’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스들이 목적지에 집중하자, 백지장은 날개라도 달린 듯 가볍게 목표 지점에 안착했습니다. 협업의 본질은 힘의 합산이 아니라 방향의 정렬임을 모두가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오십 대 인사부장에게 이 속담을 이렇게 말합니다.
“쉬운 일일수록 가끔은 혼자 드는 법을 배워야 하고, 맞들 때는 무게가 아니라 시선을 맞춰야 한다” 고 말입니다.
방향이 맞지 않는 협동은 차라리 고독한 독주보다 못할 때가 많습니다. 무작정 인원을 투입한다고 효율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갈지 명확히 정해진 후에야 비로소 ‘맞드는 손’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협업을 청 할 때는, 내가 먼저 이 백지장을 어디로 옮길지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협업의 시작이고 리더의 역할입니다. 맞들기 전에 서로의 시선을 맞추십시오. 같은 곳을 보고 있다면, 종이 한 장으로도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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