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읽기를 습관화하고 싶지만, 올해에는 정말 꾸준히 독서하겠다! 한 달에 한 권은 읽겠다! 다짐했지만,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것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여가시간 동안 내게 스마트폰과 책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책을 선택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책보다는 더욱 손쉽고 빠르게 즐거움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SNS에 이끌리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한번 열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1~2시간 숏츠의 세계로 빠지게 되고... 책읽기는 다음부터! 가 되기 십상이다. 이것이 꼭~~ 내 이야기인 것 같은 사람들에게, 독서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1) 책을 읽지 않더라도 북토크(독서모임)를 해보자
나는 가장 친한 친구들 2명과 함께 주 1회 독서모임을 한다. 매주 각자 읽고 있거나 읽었던 책, 혹은 읽고 싶은 책에 대해 소개하고 발제하여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또, 월별 지정도서를 선정하여 매월 마지막 주에는 공통 도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도서 총평과 각자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나누고,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각자 발제하여 서로의 생각을 교류한다. 설령 단 한 권의 책조차 읽지 않았더라도 모임에 참여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내가 최근에 하는 고민을 주제로도 발제할 수 있다. 독서에 대한 그 어떤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고작 세 명이서 하는 북토크이지만, 각각의 개성이 매우 다르고 독서습관 또한 아주 상이하다. 그중 한 명은 지정도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가끔 지정도서도 다 읽지 못한다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 그것도 아주 가깝게 보낸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독서모임을 할 때면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처럼 책은 가려져있던 내 모습을 보여주거나, 어지럽혀진 내 모습을 정리해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꼭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 하더라도 상관없다. 독서모임은 나를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 해 주어 독서에 대한 흥미를 돋워준다.
2) 독립서점에 가보자
모든 취미 활동은 본인의 실력이나 경험에 맞는 단계나 수준에서 어울릴 때 그것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나 인덕션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 최고급 캠핑장비를 구매한다 한들, 캠핑을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동네 조기축구회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프로축구팀에서 뛴다면 그것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고통이 되는 것처럼. 그런 면에서 책 읽기는 그 단계나 수준이 구분되어 있을 만큼의 성숙한 시장을 아직은 갖추지 못하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교보문고에서 가서 책을 고르는 것을 축구로 비유한다면, 동네 조기 축구회 팀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팀까지의 모든 팀들이 하나의 동일한 대회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독서라는 취미는, 진입장벽은 낮지만 개개인이 딱 맞는 단계를 찾기까지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출판사들이 다양한 책을 홍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콘텐츠의 담겨있는 글귀는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키며 구매를 유도한다. 지금 나의 상황과 꼭 맞는 내용이고, 꼭 필요한 책인 것만 같다. 한 번쯤 이런 생각을 갖게 되어 책을 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허나, 막상 몇 장 넘겨보면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주제를 다루거나 예상보다 지루하게 느껴져 책을 더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게 된다. 이와 같은 경험은 향후 1년 이상은 책에 더 이상 관심이 생기지 않도록, 나에게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경제적인 생활습관을 만들어 준다.
시기별로 화제가 되는 베스트셀러 또한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라기에 읽어보았지만, 이해가 가고 재밌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고 지속적인 독서습관이 되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엔 다소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라는 취미를 갖고픈 사람들에게, 나는 독립서점에 가볼 것을 권한다. 대부분 독립서점의 고객은 이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허나 우리 일상과 더욱 가까이에 있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오히려 책을 처음 접하거나 많은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더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는 서점에 가보거나 여행코스로 그 지역에 있는 독립서점에 방문하여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것은 그 경험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3) 고생한 나에게 쾌락보다는 위로를 선물하자
하루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투입한 노력의 보상으로 얻게 되는 월급은 달에 한번 지급된다. 이를 차곡차곡 모아 여행을 가고, 차를 사고, 집을 사기 위해서는 수년, 수십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1분 만에 쾌락을 얻는 방법이 있다면? 이는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되고, 때로는 사람들을 중독에 빠지게끔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즉각적인 보상의 누적과 일상화는 우리로 하여금 지루한 노력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에 대비해서 독서는 즐거움을 얻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보내는 여가시간의 목적이 직장에서 일하느라,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라면, 휴식과 여유를 얻고자 함이라면. 그 방법으로 숏츠나 술자리와 같은 쾌락, 즐거움보다는 영화나 책이 가져다주는 위로와 힐링의 비중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독서는 상대적으로 보상을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가성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두 방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쾌락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을 잠시 잊게 만들 뿐인 반면, 위로는 이를 어루만져주고 달래준다. 잠시 잊고 지냈던 고통은 언젠가 다시 되돌아와 우리를 괴롭히기 마련이지만, 위로는 우리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더 큰 목표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준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근처 독립서점에 가서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골라 읽어보자. 책에서 가장 울림이 있었던 내용을 주제로,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어보자. 이렇게 얻게되는 건강한 일상과 건강한 정신으로,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큰 다정함을 선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