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Goodbye 2025
MBTI를 재밌어라 하는 나는, 유형 검사를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 가볍게 해 보는 편이다. 결과는 늘 같다.
한 해가 끝나가는 오늘, 혹시 변화가 있을까 하는 하찮은 기대를 품고 검사를 해보았다. 결과는 역시 늘 변함없는 INFJ. 다만, 세 번째 항목인 F의 비중이 몇 년간 차츰차츰 떨어지더니 이번엔 52%까지 떨어졌다. 문득 회사 동료분들이 나를 확신의 T라 평하셨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마다 매번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엔 분명 차이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었으나... 이번 검사 결과를 보니 제법 수긍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2025년 올 한 해는 유난히 글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까지 총 67권의 책을 완독 했고,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28편의 글을 쓰고 업로드했다.
일상을 글로 채워 나갈수록 한 가지 뚜렷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면, 점점 자신을 비우게 된다는 점이다. 비운다기보다는 정돈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여태껏 내가 기대하고 바라던 일들이 대부분 부질없거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님을 온몸으로 체득하였다. 불필요한 기대가 없으니 일상은 보다 명쾌해지고 안온해졌다.
그렇게 안온한 일상은 나로 하여금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마냥 스트레스가 차오르며 앞만 보고 달렸던 출근길에는 미처 몰랐던 파란 하늘과 주변의 알록달록한 단풍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감정 소모를 줄이고자 폐쇄적인 태도로 최소화했던 직장동료들과의 관계 또한 어느새 자연스레 이전보다 풍성해지고 활발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떠한 고통과 성장을 겪더라도 그 결과 얻게 되는 안온함과 여유는 늘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어떤 방향이던 그 움직임이 끝에 다다르면 다시금 본래의 자리로 혹은 도리어 그 이상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물극필반"의 이치를 몸소 느끼게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기에 고난과 성장은 사실 같은 차원의 동일한 의미임을 배웠다. 그렇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해석하는지 임을 배웠다.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건 내 능력이 아니라 내 선택이더라.
몇주 전, 연말을 맞아 어반자카파 콘서트를 나에게 선물했다. 지난 2018년에 처음 어반자카파를 보러 갔을 때만 해도 콘서트장에 혼자 오는 사람은 좀처럼 볼 수 없었는데, 어느덧 혼자 오신 분들도 많이 보여 반갑기도 하고 덕분에 더 편히(?) 즐길 수도 있었다. 또 지난 주말엔 보고팠던 전시를 보고 근처 책방에서 한참 뒹굴다 광안리 해변을 그저 거닐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다채로웠던 탓에 어느 한 군데 정박하기 힘들었던 2025년은 나를 좋은 뱃사공으로 성장시켜 주었고, 그런 내 모습이 기특했는지 어느 해보다 따뜻한 12월을 선물해 주는 듯하다.
온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옷장 속 겨울 코트를 꺼내고 캐럴을 플리에 넣으며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12월 초중순의 날들이 더 설레듯,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겪을 짜릿함과 기쁨보다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하루하루의 나날들에 충만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그러하길 소중히 염원하며.
2025년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