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달맞이

언제나 변함없이, 또 한결같이

by 루체

얼마 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뉴스를 보니 여느 해와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이 집 근처의 해돋이 명소로 향했음을 알 수 있었다.


평소 새벽 네시 반, 다섯 시 즈음이면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해돋이는 사실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봄, 여름이면 새벽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고,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면 운동을 마치고도 새벽 어스름조차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 매년 1월 1일마다 성황인 해맞이에 늘 시큰둥했던 나였으나, 지난 1월 1일 아침 누군가로부터 전송받은 일출 사진은 그런 나로 하여금 새해 소원을 빌고 주변의 안녕을 기원하도록 만들었다. 설령 일상적이고 감흥 없는 일도 그 매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모두 아는 것처럼 해는 늘 하늘에 떠있다. 지구의 회전과 우리의 지각에 따라 해가 떠오르는 것을 ‘해돋이’라 하고, 지는 것을 ‘해넘이’라 일컫는다. 또, 해가 어디에 있던 그 해를 만나러 가는 것을 더러 ‘해맞이’라 한다.

문득 해가 “사랑”이란 감정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고 당연한 것인 마냥 여겨지기도 하지만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 언제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항상 아름다운 것.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겐 위로를,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겐 용기를 주며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기꺼이 세상과 우리를 연결시켜 주는 것.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인상 깊었던 책 중 “악마와 함께 춤을”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겪는 불안, 분노,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사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같은 맥락에서, 행복이나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 또한 마냥 “좋은” 감정이 아닐 수 있다는 작가의 사색과 견해를 던진다. (감정과 태도에 대한 고정관념의 해체, 내면의 성장을 도왔던 책이라 개인적으로 아주 추천한다.)


감정에 긍정과 부정이란 양면적인 기준이 있다면, 당연히 사랑은 긍정적인 것이라 여겼다. 긍정 중에서도 최고에 해당하는 감정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 나에게, 2026년의 첫 해돋이는 새로운 관념을 보여주었다. 내가 긍정이라 생각했던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마음, 해석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사랑은 그 자체로 긍정도 부정도 아닌, 바로 본질이며 목적이자 또 지향점임을 느꼈다. 행복과 기쁨, 슬픔과 분노와 같은 감정 모두 사랑이란 본질에서 비롯되고 파생되는 2차적인 부산물들임을 느꼈다.



새해의 시작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과 하루는 부산 달맞이길에 갔다. “해돋이, 해넘이는 흔히 쓰는 표현인데 달돋이, 달넘이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쓸데없고 또 끊임없는 나의 망상 토크를, “그러게~” 하며 저만의 다정함으로 무심한 듯 편안히 받아준다. 그저 실없는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던 몇 마디 대화는 해와 사랑의 의미라는 사유로 확장되어, 달맞이길에서 보낸 우리의 하루에 특별함을 입혀주었다. 마침 보름이었던 그날의 달은 무척이나 어여쁘고 밝았다.


그렇게 매일을 새해 첫날처럼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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