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도 나쁜 날도 모두 일상입니다.

부상에서 배운, 흐름으로 사는 법

by 루체

우리는 늘 중심을 찾으려 애쓰지만, 어쩌면 삶은 처음부터 한 지점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위에 놓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새벽을 똑같이 눈뜨자마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지만 날마다의 컨디션은 아주 다르다. 컨디션을 결정짓는 데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다. 근 며칠간 밥은 잘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고강도의 운동을 수행한 후 회복은 잘 되었는지. 그 외에도 수많은 환경변수가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꾸준하게 활동하고 주변을 잘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컨디션이 나쁜 날이 있기 마련이다.


컨디션이 절정인 기간 또한 몸이 다치거나 망가지기 십상이다. 흔히 '폼이 올라왔다.'라고 하는, 몸이 좋은 시기가 길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상승된 자신감과 신체의 기능을 바탕으로 평소보다 더 무리하게 된다. 이것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어떤 날과 만나거나 외부의 다른 좋지 않은 변수와 만나게 되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부상은 우리로 하여금 그 행위를 더욱 안전하고 내실 있게 하도록 한다. 단기적으로는 격한 운동을 할 수 없을 테지만, 장기적으로는 운동을 더 건강히 오래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부상은 하나의 가르침이자 단계라 볼 수 있다.


몇 차례 이런 경험을 겪고서는 이것 또한 하나의 프로세스, 루틴(일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상이란 운동을 평소처럼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태라 생각했었는데, 조금 더 넓은 시야와 범주에서 본다면 그 기간 또한 당연한 일상 중 한 부분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사고의 확장이 단순히 운동, 신체 컨디션뿐만 아니라 삶의 대부분의 일들에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엄청난 위로를 느꼈다. 고통을 느끼고 상심했던 날들이 어쩌면 당연한 시간들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위로를 느끼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그것이 바로 시간을 다루는 방법이라는 진한 울림을 느낀다.

세상만사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너무 많은 변수들로 인해 좌지우지되며, 그 모든 일들은 각기 저마다의 특정한 구간 내에서 이리저리 순환한다. 그 모든 흐름을 내가 통제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이치를 깨닫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각각의 지점들에서 그에 부합하는 새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즉, 현재를 살 수 있다.


좋고 나쁨으로 상태를 재단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보지만,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지금의 내가 저점에 머무르고 있다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희망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반면 고점에 머무르고 있다면 그 기간의 컨디션과 퍼포먼스를 즐기며 짜릿함과 임팩트를 즐길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순간을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충만한 매일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



최근 철학이 주었던 가르침 중,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중용"이다.

최근 과학이 주었던 가르침 중,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양자역학"이다.


두 가지 가르침에서는 공통적으로,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는 순간이나 중심이 어느 한 지점, 고정된 Point가 아니라 흐름, 즉 양 극단을 가진 구간 내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파동임을 설명한다.


중용은 내가 생각했던 중심이 한 점이 아니라 흐름이라는 감각을 주었고,

양자역학은 그 흐름이 실제 세계에서도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생각을 더해주었다.


여기에 나의 경험은 이에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그 구간에 대해 인지할수록, 내가 체감하고 허용하며 즐길 수 있는 구간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 점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위에 서 있다.

결국 삶은 균형을 찾는 일이 아니라, 구간을 넓혀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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