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 없는 즉시성이 남기는 피로

미디어가 우리에게 남기는 감각

by 서아

관계와 감정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그 마음들이 어떤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지 함께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보통 살아가며 선택한 것들이 나의 성향이나 판단의 결과라고 여긴다. 물론, 각자의 의견과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자유도는 크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이 특정한 방향으로 기울어지게 만드는 일은 얼마든지 외부에서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 구조는 삶이 세포 하나하나로 구성되듯 매우 정밀하고 치밀한 조직처럼 작동한다. 피부를 늘 의식하지 않듯 우리는 그 구조를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바로 그 익숙함 때문에 어디부터가 나의 선택이고 어디까지가 구조의 영향인지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기존 직업과는 다른 분야임에도 인문학, 철학, 심리에 관해 계속적으로 알아가고 싶은 이유는, 직접 사회 속에서 활동을 하며 환경과 구조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아주 넓은 범위에서, 그리고 다양하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불편하다고 느껴왔던 많은 것들이 시스템과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어 본다면, 어플에 접속하는 순간 좋아요 수와 팔로워, 댓글, DM 알림이 화면에 자동으로 뜬다. 접속할 때마다 업데이트된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는 분명 편의성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에 따라 마치 수치화된 결과로 평가받는 듯한 불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사용자는 이 '즉시성'의 구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권을 갖기 어렵다.


특히 미디어가 일상화될수록 노출과 사용빈도는 선택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워진다. 그에 따라 개인의 특성에 따른 보다 세부적인 선택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평일을 기준으로 하루에 온전히 쉬는 시간이 4~5시간 남짓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우리가 정말로 업무 외 시간에 생각이 제대로 쉬고 있는가를 점검해 볼 수 있다. 미디어가 일상이 된 시대에, 그러한 선택권 없는 즉시성은 일부 사람들에게 예민함과 피로를 누적시키기도 한다. 반복되고 학습된 과정으로 인해 신경이 특정 기대치로 조금씩 집중되면, 그 지점에서 피로감이 안개와도 같이 쌓인다. 심지어 그 안개는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


화면에 손가락을 터치한다고 내가 모든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에는 그것을 만든 제작자의 목적과 의도가 반영된다. 모든 것을 의식하고 사는 것은 또 다른 피로감을 일으키지만, 이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면 선택과 자율성의 범위는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위기미디어'에 관한 인문학 강의를 발견했다. 나에게 낯선 주제였지만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방향성에 대해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으로 먼저 접해보고 싶었고, 그 분야의 분위기가 어떤지도 알고 싶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강의에서 전달된 내용 중, 내 마음에 남은 부분들을 중심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글을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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