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마음을 붙잡는 사람인가
이번 '위기미디어' 강의를 통해 나는 미디어가 사람에게 주는 위기에 대해, 적어도 큰 흐름 정도는 알고 싶었다. 그러나 강의는 생각보다 훨씬 학문적이었고, 그 범위 또한 지구적 단위까지 방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싶었으나, 점점 깨닫게 되었다. 치열한 연구의 층위를 파고드는 일은 이미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쌓아온 전문가들의 몫이라는 것을. 그 세계는 내가 감히 짧은 시간에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깊고도 정밀했다.
순간 나는, 자리를 스쳐 지나가는 행인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청중 중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온 사람이 보이지 않아 괜히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혹스러운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학문의 세계가 얼마나 방대하고 또 얼마나 섬세한지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강의 후,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한껏 부풀렸던 머랭 크림이 꺼지듯 마음이 잔잔해졌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정도를 떠나 분명 좋은 경험인데,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번의 경험을 너무 크게 해석하려 했던 것 같다. 짧은 강의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진심이었던 탓일 것이다. 처음 접하는 주제였기에 경험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되었는데, 내 마음은 어느새 그보다 더 앞서나가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문득, 아직 내 안에는 순수한 간절함이 남아 있음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이 마음을 이제는 조금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 시점부터 조금은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은 평소처럼 차분했고,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카푸치노와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전날의 여운이 조금은 씁쓸한가 싶었는데 커피의 향을 타고 이내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마 그 맛을 표현하려면 A4 한 장도 모자랄 것 같았다.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켜니, 티스푼에 닿은 빛결이 차르르 퍼진다. 나는 빛을 따라 의자, 테이블, 그리고 나를 둘러싼 풍경을 렌즈로 비춰본다.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았던 수많은 다양한 빛의 결 중, 나는 어떤 빛을 붙잡는 사람이 될 것인가.
세상에는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리고 선택하기에 앞서 방향을 찾아가야 하며, 보다 정밀한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번 일정에서 나는 제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양한 형태로 빛을 내는 사람들을 만났다.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지 않아도, 자리를 밝혀온 모습들에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이 흘렀다. 서로 걸어온 길을 보며, 나도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반짝임이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이 시 한 편으로 떠올라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공유한다.
세상의 많은 빛 중
오늘 한 가지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의 눈에는
어떤 고운결을 담고 싶을까요.
그 반짝이는 마음들이 모이면
우리는 하나의 우주가 되어
어둠을 밝히겠죠.
그 마음 지켜줘서 고마워요.
머무는 자리에서 흘러가는 크고 작은 마음들은 누군가에게 닿는다. 나도 모르게 흘려보내고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한 일들에는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날들에서도, 곳곳에 남은 빛들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