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약에 우리, 2025> 리뷰 에세이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
.러닝타임: 115분
.감독: 김도영/ 주연: 구교환, 문가영
이 영화는 우연히 ost를 먼저 듣고, 잔잔한 로맨스 일 것 같아서 개봉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와 분위기는 예상대로, 비 온 직후 아스팔트 길을 걷는 듯 쓸쓸하면서도 포근하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로 영화관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 집에서 조용히 다시 감상하고 싶은 영화이다. 오래 전의 연애편지를 천천히 읽는 듯한 작품이라, 공간이 작고 조용할수록 감정이 더 잘 스며든다.
풋풋한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서로의 꿈을 함께 공유하며 그려나가는 사랑. 그러나 크고 반짝이는 꿈이 현실의 좁은 틈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견뎌야 하는 고단한 날들이 많다.
처음엔 그 반짝임을 함께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였고, 그곳에 닿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먼 여정인지 두 사람 모두 알 수 없었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결국 당사자의 마음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목적지는 서로 멀었고, 그 목적지까지 뛰어야 하는 트랙의 모양 또한 너무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같던 사랑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창에 가득 들어오는 빛을 꽃다발로 엮어 쥐어주듯 마음을 전하던 사람. 그러던 그가, 멀어진 꿈 앞에서 멍한 눈으로 게임을 하며 연인이 열어둔 커튼을 아무 말 없이 다시 닫는다. 이제는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의 마음이 양방향으로 오가는 일이다. 잠시 한쪽이 기울어질 때도 있지만, 나의 존재가 상대의 마음속에서 자리를 잃는다면, 그 침묵은 너무도 큰 상처가 된다.
서로의 미래를 그리며 시작한 사랑이라면, 상대의 힘듦과 아픔도 함께하겠다는 결심은 당연하다. 그러나 때로는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믿음이 오히려 내 마음을 작게 만들고 아프게 했음을 깨닫는다. 언젠가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이 불편해지고 나 자신이 작아졌다면, 이 관계에서 나는 여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지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정말 우연하게 다시 마주친다. 그리고 은호는 이제야 과거의 관계가 남긴 질문들을 건넨다.
"만약에.. 그랬다면.. 우리 달라졌을까?"
영화를 보던 나는 망설임 없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답할 수 있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많은 날들이 흘렀다. '그렇다'라고 답하는 순간이 더 아플 것이다. 그 시절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흘러 보냈고, 그래서 또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끔 그때의 공기가 그립거나 따가울 수는 있지만, 그 이별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상황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
사랑은 결국 서로의 마음이 닿는 일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온기가 흐른다. 아무 말 없이 곁에만 있어도 온기가 전해질수도 있고, 따스한 눈빛만으로도 행복이 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받는 사람이 끝내 그 마음을 받을 수 없는 자리에 머문다면, 그 사랑은 보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서로를 위해서.
은호가 세 번의 질문을 던지고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미련이나 후회라기보다, 이제야 그 관계의 의미를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랜 시간 엉키고 잘못 묶여있던 리본이 사르르 풀리며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그렇게 지나친 우리의 사랑을 제대로 보내주었는지, 그 시간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본다.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 본 적 있다면, 또 아직 마음 어딘가에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아있다면, 서로를 위한 길이었다는 사실이 그 답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딘가 꾹 눌려 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날들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