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그리워하는 성질

아픔과 사랑

by 서아

최근 읽은 한 권의 책을 덮은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 책에는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이 동일한 글꼴로 정갈하게 적혀 있다. 문단 안에서 글자가 커지지도, 붉게 강조되지도 않는다. 토해내듯 마음을 다해 써 내려간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쓴 글. 그 시간들을 작가와 비슷한 온도로 읽어낼 수 있을지는 결국 독자에게 달려있다.


한 사람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읽는 일은 아름답기도 하면서 어딘가 눅눅한 여운이 남는 일이다. 문장으로 흘려보냈다고 해서 아픔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위로받는다고 사라지지도 않으며, 슬픔 위에 따스한 온기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사람의 태생 배경과 환경이 극과 극이라 해도, 결국 ‘의미 있어 보이는 삶’은 ‘잘된 결과’로 판단된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박수 속에 서 있고,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으며 영향력이 확장되는 사람. 그러나 ‘잘됨’은 그 사람의 시간 속을 잠시 지나가는 한 순간이며, 여전히 그 마음 안에는 어려움이 함께 존재한다.


뿌리가 달린 꽃다발은 판매되지 않는다. 지저분한 이유로 잘린 뿌리 대신, 가장 아름다운 날의 모습으로 건조한 포장지에 감싸진다. 태양 아래 살던 꽃은 차가운 유리병 속에서 인테리어의 한 조각처럼 남겨진다. 그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꽃은 여전히 태양과 바람을 그리워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잘됨’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싶을 때는, 최소한 그가 쓴 에세이 책 한 권은 읽는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 생각과 감정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머물러 있겠구나. 세상에는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묻게 된다. 삶이란 어떤 것일까. 비극과도 같은 사건들을 수없이 보고 들으며, 때로는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하고, 상황이 사람을 몰아세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스스로를 탓하며 고통 속에 살아간다.


삶의 구조와 관계 속에는 분명 따듯함도 있다. 그러나 상처로 남은 기억들은 한평생에 걸쳐 영향을 남긴다. 그날과 비슷한 날씨, 그날 먹었던 음식, 그날 들었던 노래 까지도 마음을 흔든다.


누군가의 상처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다 온 사람처럼 무겁다. 그 고통을 모두 당사자처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깊은 상처가 내 머릿속에 더해지는 것은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이의 아픔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자꾸만 가고 마음이 쓰인다. 아픔은 다른 아픔을 부르기도 하고, 서로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악순환인지, 혹은 공감의 또 다른 형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좋았던 순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꿈처럼 더욱 멀어지며 아득히 그립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는 두려움, 불안과 맞물려 지금의 마음을 물들인다. 그러다 중심이 흔들릴 때,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말들조차 어쩌면 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헤매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나를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거의 같은 일이다.


웃고 있는 얼굴 아래에 죽음과도 같은 슬픔이 존재할 수도 있다. 내 앞에 마주한 이에게 그런 슬픔이 있는 줄은 결국에는 모를 수 있다.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힘든 생각이 있으면 꼭 말해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평범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좋은 형태로 드러나는 일들 중에도 여전히 아픔은 있다. 그 크기를 떠나 우리는 결국 따스한 빛 아래 머물고 싶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바람이 너무나 큰 것 같은 날들은 계속 찾아온다. 그럼에도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사랑은 있었기를. 그리고 지금의 당신 또한 사랑임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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