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일곱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논리는 빈약하고, 숫자는 틀렸으며, 문장은 거칠다.
이럴 때 나의 반응은 늘 정해져 있었다.
(아 정말, 의무적으로 짜증을 내야만 하는 내가 싫어진다.)
"아... 내가 이렇게 지시했었나?"라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빨간 펜을 들고 지엽적인 문구 하나하나를 다시 써나갔다.
나는 그것이 '피드백'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그저 '감정적 배설'이었음을 고백한다.
신이 쉰 레몬을 주면, 설탕을 쳐라
아침에 읽어나면 화장실에 앉는 루틴이 있다.
자연스럽게 밝게 빛나는 픽셀들에게 나의 아침 첫 순간을 뺏기기 싫었다.
예스24 서점 한 칸에 작은도서를 파는 공간이 있었다.
아, 아침에 눈을 떳을때, 처음으로 책을 보면 어떨까?
거침없이 3권에 만원을 지불했다. 그 중 한 권의 자기관리론에서 데일카네기는 이렇게 말했다.
"운명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When fate hands you a lemon, make lemonade.)
시고 맛없는 레몬(악조건)을 탓하지 말고, 설탕과 물을 섞어 맛있는 음료(가치)로 바꾸라는 뜻이다.
아침 화장실에 앉아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띵했다.
팀원이 가져온 '마음에 들지 않았던 보고서'가 바로 그 '레몬'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왜 레몬이 이렇게 시냐"고 화만 냈을 뿐,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던 무능한 공장장이었다.
(우리 팀원들이 이 글을 읽지 않기를 조용히 기도해본다.)
'지적'은 비용을 발생시키고, '발굴'은 이익을 창출한다
보고서를 수정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건 팀원의 위축된 어깨와 방어적인 태도뿐이다.
(요즘에는 아침에 출근해서 팀장에게 인사하는 문화도 사라졌다. 팀원이 숨기 시작하면 못 찾는다.)
심리학적으로 부정적 피드백은 창의성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을 마비시킨다.
결국 다음 보고서는 더 안전하고, 더 진부해질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생산성 손실'이다.
진짜 리더의 실력은 '버리는 기술'이 아니라 '살려내는 기술'에서 나온다.
아무리 부족한 보고서라도, 그 안에는 1%의 쓸모 있는 아이디어나 팩트가 숨어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몫이자 능력이다.
"전체적인 논리는 수정이 필요하지만, 3페이지에 있는 이 데이터 분석 관점은 아주 신선해."
"이걸 핵심으로 잡고 다시 전개해보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레몬에 설탕을 치는 과정이다. (표정관리를 하면서...)
리더는 어지러운 판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
오늘부터 나의 결재 라인은 '검문소'가 아니라 '정제소'가 되기로 했다.
팀원이 가져온 날것의 재료가 비록 정신 없더라도,
내 책상을 거쳐 나갈 때는 근사한 레모네이드가 되어 나가게 할 것이다.
완벽한 보고서를 가져오는 팀원은 없다.
만약 있다면, 당신은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부족한 것을 채워 상품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회사가 나에게 팀장이라는 자리를 맡긴 이유 아닐까.
(아닐거다. 아닐거다. 아닐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