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장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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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

나는 자작나무 품격 있는 가문이다

그게 내 정체성의 전부다

붓질 몇 번, 못질 몇 번으로

이 세상에 놓였다


나는 서랍장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 손에 열렸다 닫혔다

속을 드러냈다가

급히 닫히곤 한다


속에는 누군가의 비밀이,

허겁지겁 던져 넣은 하루가

흔들리며 숨 쉬고 있다


하지만 나도 숨을 쉰다

그들이 모르는 틈에서

나는 조용히 숨을 쉰다


그러다

문득

그 어떤 손길도 닿지 않을 때,

나는

숨 막힌다

잊힌다


닫힌 채로 오래 버티다 보면

나무 속살에서 기억이 썩어간다


나는 서랍장이다

사람의 하루를 품고 살아가는,

그러나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을 내 마음 하나

가만히, 묻고 싶다


"넌, 널 한번 열어본 적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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