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sbs 방송
거울 앞에 선다.
빛나던 눈매, 볼록하던 이마, 볼에 감돌던 생기 대신 주름이 자리를 잡았고,
눈동자는 탁해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몸은 정직하다.
젊은 시절엔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요즘은 조금만 무리해도 금세 신호가 온다.
글자가 흐릿해 안경을 벗었다 꼈다 하고, 이름 하나 떠올리느라 몇 분을 허비할 때면,
나이를 실감한다.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웃고 울고 설렌다.
어느 날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스무 살 무렵 듣던 음악이 문득 떠오르고,
거리를 걷다 마주친 햇살에 그 시절의 설렘이 불쑥 밀려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말에 상처 받고, 또 누군가의 따뜻한 말에 울컥한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어찌 보면, 사람은 몸이 늙는 만큼 마음을 더 단단하게 다듬어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20대의 감성은 여전하되, 다만 조금 더 느긋해졌고,
40대의 열정은 남아 있지만 다만 더 조심스러워졌을 뿐이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들 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다.
몸은 분명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젊어지고 빛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입이 아닌 눈빛으로 웃고,
말이 아닌 침묵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 나는 세월을 슬퍼 하지 않는다.
여전히 뜨거운 나의 마음을, 조금씩 익어가는 인생의 열매를 소중히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