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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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

나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특별히 잘 부르는 것도 아니다. 음 이탈도 종종 나고, 고음은 벅찰 때가 많다. 그럼에도 마이크를 쥐는 순간, 마음 깊숙이 얹혀 있던 무언가가 스르륵 풀리는 기분이다.

“노래 한 곡 하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웃는다. 나는 노랫말이 곱고 의미가 담긴 노래를 좋아한다. 사랑이든 이별이든, 희망이든 상실이든, 그 안엔 누군가의 이야기가 있고, 때론 나의 삶과 마주하는 구절이 더 끌린다.


어떤 날은, 노랫말 한 줄이 내 지난 시간을 데려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흥겨운 트로트는 잘 부르지 못한다.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이 어색한 탓일까. 아니면 아직 내 감정의 결이 그 박자를 따라가기엔 조금 모자란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는 노래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노래 못해. 그냥 듣는 게 더 좋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어울리는 자리를 조금은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것보다, 사람들 앞에서 자기감정을 드러낸다는 게 더 어려운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근에는 어느 트로트 가수에 빠져있다. 자주 따라 부르기도 한다. 노랫말을 따라가는 아내의 작은 콧노래는, 조금은 바뀐 마음의 조짐처럼 느껴진다.


그런 아내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나를 닮았다. 노래를 좋아하고,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레 흥얼거린다. 특히 딸아이는 감성이 풍부해서, 노래의 분위기를 곧잘 살린다. 중학교 때였던가.


오랜만에 함께 노래연습장을 찾았던 날이 있었다. 딸이 마이크를 잡고 첫 소절을 부르자, 곡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작은 방 안에 울리는 맑은 목소리,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표현력. 나는 한참을 조용히 딸아이의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문을 열리고 주인장이 들어왔다. “따님이 노래를 정말 잘 부르네요. 시간 계속 더 드릴게요.” 하며 웃었다. 립 서비스가 아니라 아마도 진심이었던 같았다. 딸은 쑥스러워 웃었고, 나는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가끔씩 노래방을 찾았다.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따뜻했던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 남은 선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노래가 우리 사이에 작은 추억 하나를 피워낸 것이다.


노래는 잘 부르고 못 부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꺼내어,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노래를 좋아한다. 때로는 말보다 노래가 더 솔직하다.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노랫말 하나가 꽃처럼 곱고 따뜻하다. 그 한 줄이, 세상 어떤 말보다 더 깊게 스며들 때가 있다.


가수들이 다른 연예인보다 더 오래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며 응어리를 풀 수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실제로 노래는 폐활량을 키우고, 호흡을 깊게 만들어 몸과 마음 모두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니. 노래 한 곡이 건네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흥얼거린다. 노래가 있는 하루는, 그 자체로 작은 치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내와 함께 마주 보고 노래 부를 그날을 기다린다. 소리 없이 피는 꽃처럼,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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