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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이 있다.
기분이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닌데 괜히 꾸리꾸리한 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멍하니 창밖 산만 바라보게 되는 시간. 답답한 게 가슴 어딘가에 걸린 듯,
마치 소화가 덜 된 것처럼 불편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순간을 겪는다고 한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찜찜하다"는 느낌.
나이가 들어서만이 아니라 젊은 사람에게도 찾아올 수도 있다고 한다.
이름을 붙이자면 ‘꾸리꾸리 증후군’쯤 될까.
그럴 때는 억지로 뭔가 해야겠다고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억지로 채우려 하면 더 지치기 않을까 해서다.
대신 나는 작은 탈출구를 만든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거나,
일부러 버스 한 정거장을 먼저 내려걸어본다. 그러면 막혀 있던 마음이 조금은 환기된다.
“사는 게 매일 똑같다”는 말, 사실 꼭 나쁜 건 아니다.
큰 탈 없이 안정적으로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다만 매일이 너무 똑같이 느껴질 땐 작은 변주가 필요하다.
노래도 같은 멜로디만 이어지면 지루하지만, 중간에 살짝 다른 음이 섞일 때 귀가 확 트이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꾸리꾸리한 날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아, 오늘은 내 마음이 환기 버튼을 누르라고 보내는 신호구나.
그렇게 가볍게 넘기면 답답했던 기분이 한결 풀린다.
결국 삶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장난 같은 변화만 있어도 충분히 유쾌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무심코 스치고 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