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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Feb 18. 2022

사람이 스마트폰에 이끌려 다닌다

검색에 걸리는 곳만 유명해지는 악순환(?)

"사람이 스마트폰에 이끌려 다녀. 내가 스마트폰을 조종하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퇴직을 앞둔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다 나온 말이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유독 이 말이 내게 와닿았던 이유는 뒤이은 선배의 말 때문이다. "이러니까 취재거리 찾을 때도 검색에 걸린 곳만 간단 말이야. 그럼 소개된 사람들만 계속 나와."

취재를 하면서 통렬히 반성하는 부분 중 하나다. 취재거리를 찾을 때 굉장히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요즘 젊은 기자들은 일단 인터넷부터 뒤지는 편이다. 이후 추가 취재나, 비슷한 곳을 물어물어 찾기도 하지만 1단계로 검색하지 않고선 못 지나간다. 스마트폰 세대 기자들의 DNA다. 그런데 선배들의 말대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다보니 검색해서 나온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색 맛집'을 소개한다고 해보자. 실제로 이색 맛집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나 자주 소개된 이색 맛집이라는 의미가 점점 희미해진다. 물론 스마트폰이 중심이 된 세상이고, 괜찮고 좋은 곳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소개되는 게 당연하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간 곳이 안전하기도 하다. 그래도 너무나 의존적여지면, 스마트폰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최근 양조장 취재를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국에 2019년 기준 양조장 갯수가 1200개가 넘는다고 하던데, 사실 내가 한 해에 다룰 수 있는 양조장 갯수는 한달에 1~2개밖에 안 된다. 그럼 어떻게 선정을 해야 할까.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곳을 찾기도 하고,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이 하는 유명한 양조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옳거니'하는 곳은 다른 언론사도 다루지 않고, 매니아층들만 알법한 양조장이다. 이런 양조장은 보통 검색해도 정보도 안 나온다. 위치가 안 나오는 곳도 있고, 양조장 스토리도 게재가 안 되어 있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데 이런 양조장을 알게 되면 마치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문제는 나에겐 독특한 양조장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한정적이다. 강남 압구정에 있는 전통주점인 백곰막걸리의 이승훈 대표님을 비롯한 술 전문가들이 살짝 귀띔해주면 그제서야 깜짝 놀라며 찾아본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나선, 인친들이 이런 양조장도 있다고 알려준 경우가 많다. 가뭄의 단비와 같은 정보다.

부산 순진도가

부산의 순진도가가 그렇게 알게 된 양조장 중 하나다. 이승훈 대표님이 강력 추천한 양조장인데, 취재 당시에는 다른 언론사의 기사가 없었다. 겨울이라 딸기로 만든 술을 취재하고 싶어서 이승훈 대표님에게 묻다가 알게 된 곳이다. 가보니 이게 웬걸, 다대포에 멋진 주점과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한 양조장이 있었다. 생딸기를 잔뜩 넣어 진한 딸기맛이 나는 막걸리도 일품이었다.

서울 신림 솟대막걸리도 그렇다. 친구가 솟대막걸리가 맛있다고 나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소규모로 막걸리를 빚는 곳이었다. 그때 하우스막걸리 기획으로 묶어서 취재했다. 내가 술 취재를 한다고 자기가 먹었던 맛있는 술을 찍어 보내주는 친구의 마음도 예쁘지만. 이를 통해서 새로운 술을 알게 된 것도 기뻤다.

모쪼록 이 글을 보는 사람이면 나중이라도 먹기 좋았던 전통주, 나만 알기 아까운 곳의 술을 꼭 알려주시길 바란다. 셀프추천도 감사하다. 스마트폰으론 찾을 수 없는, 현장에서만 알 수 있고,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소중한 정보는 참 금처럼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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