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가 낮잠을 자는 사자 얼굴 위에 올라갔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사자. 생쥐를 낚아챘다. 사자가 있는 줄 알았다면 피해 갔을 텐데. 생쥐는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큰 실수를 했다. 생쥐는 사자에게 용서해달라고 싹
싹 빌었다. 꼭 은혜를 갚겠다는 말과 함께.
사자는 네까짓 게 어떻게 날 도울 수 있겠냐며 코웃음을 쳤지만, 생쥐를 용서해주었다. 생쥐가 유창하게 말을 해서가 아니라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기 때문에 사자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사자는 생쥐가 은혜를 갚을 거란 기대했을 리 없다.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생쥐가 크고 힘센 사자를 도울 일이 있겠는가. 얼마 후 사자가 사람들이 쳐 놓은 올가미에 걸렸다. 사자는 살려달라고 외쳤다. 아무 동물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어느 동물이 사자를 구해주러 오겠는가. 먹잇감이 되어 사라질 수 있는데. 생쥐는 사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이빨로 밧줄을 갉아서 사자를 구출해 주었다. 사자는 생쥐가 자신을 살릴 능력을 가진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사자는 자신을 살려준 생쥐를 얕보지 않게 되었을 뿐 만 아니라, 숲 속의 동물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을 것이다. 각각의 동물이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동물마다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재능은 우열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또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아무 동물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 것을 보며, 다른 동물에게 함부로 굴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을 것이다.
사자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했거나 깨달음을 얻고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동물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역경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듯 사자가 올가미에 걸렸다가 살아난 경험을 통해 성장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사자의 손아귀에서 목숨을 구한 생쥐 또한 예상치 못한 위태로운 순간에 정신을 차리고 극복해낸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올가미에 걸린 사자를 구해준 생쥐는 이전의 생쥐가 아닐 것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찢어지고 붙으면서 늘어난다고 한다. 근육은 찢어져야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산다면 우리의 마음은 성장할 수 없다.
상처를 받아 멍들고 찢어진 마음을 어루만지며 꿰매가면서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사물이나 사건 혹은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한다. 우리의 내면이 성장하는 만큼 우리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먼 친척 아저씨가 생각난다. 부지런한 농부였다. 풍년이 든 어느 가을. 벼를 수확해 마당에 쌓아놓았다. 불이 나서 벼가 몽땅 타버렸다. 이 성실한 아저씨는 불에 탄 벼가 너무 아까웠다. 아까운 마음을 놓아버리지 못하여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생쥐와 사자 이야기는 사과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고 은혜 갚는 이야기지만 내겐 생쥐의 뛰어난 대처능력이 먼저 보인다. 친척 아저씨의 일 때문일 것이다. 여느 생쥐라면 사자의 손아귀에서 두려워서 정신줄을 놓았을 것인데.
이 생쥐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자의 용서를 받고 살아난다. 생쥐의 이런 대처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마도 생쥐는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겪어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쌓여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친척 아저씨의 경우 예상치 못한 힘든 일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대처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삼 년 지나면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다면 불에 타 없어진 벼보다 열 배 혹은 스무 배는 더 수확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아저씨는 불에 타 사라진 벼를 만회할 기회를 영영 놓쳐버렸다. 친척 아주머니는 평생 병원에 계시는 남편 뒷바라지해야 했고 자녀 또한 혼자 양육해야 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올해 5월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 시작한 지 5개월짜리 왕초보가 매일 글감을 찾고 글 하나를 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내가 백일 백장 글을 써야 하는 이 힘든 일에 나를 집어넣은 까닭은 매일 글 하나 쓸 수 있는 나로 성장하고 싶어서다.
생쥐가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어내면서 맹수 앞에서 살아남을 능력을 가지게 되었듯. 내가 글감 하나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글을 쓰기 위해 골몰하는 동안. 글감 찾는 능력과 글쓰기 능력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말했다. 우리에겐 의지 같은 것은 없다고. 그것을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백일 백장 글쓰기 프로젝트는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고. 60여 명의 우리 8기 작가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낮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백일 백장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는 한 장의 백지장을 서로 맞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들어야 할 백지장의 무게가 60 분의 일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2023년 2월 8일까지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