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9] 미니멀리스트 그녀 9

일 잘하면 뭐하노

by 할수 최정희

"일 잘하면 뭐하노. 사람은 진실해야지."라고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말했다.

그녀와 맏며느리가 아래채 외양간 앞에서 텃밭의 채소를 다듬을 때였다.


그녀가 "일 잘하면 뭐하노. 사람은 진실해야지.'라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지만. 그녀가 이 말을 하게 된 경위를 잘 모른다. 그동안 그녀가 했던 말에서 짐작할 뿐이다.


맏며느리는 결혼 전에 집안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집안일에 서툴렀다. 체구도 작고 말라서 보기에도 맏며느리감이 못되었고. 성격 또한 맏며느리감이 못 되었다. 그녀가 하는 말에 "예". "예." 대답만 하는 며느리였다.


일을 잘 못하면서 시어머니를 살갑게 대하지도 않는 맏며느리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별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면서 그녀는 다른 며느리들을 맞아들였다. 그리고도 여러 해가 지난 후였다, 각기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진 며느리들을 겪고 난 그녀가 내게 말한 것이다.


그녀가 내게 한 말의 뜻을 이렇게 해석했다. "야야, 너는 일은 잘 못하지만 진실한 사람이다."라고. 그녀가 내게 한 최고의 칭찬이고 마지막 칭찬이었다.


맏며느리는 너무나 미니멀하게 사는 그녀가 항상 낯설고 서먹했다. 그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단순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뿐이었으니까.

맏며느리는 그녀가 항상 애처롭고 안쓰러웠다.


사람이 어떨 때 다른 사람에게 "너는 진실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한 적도 없고 속마음 한 번 나눠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넌 진실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서 무얼 발견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녀가 말한 "사람은 진실해야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자신을 애틋하고 안쓰럽게 여기는 맏며느리의 마음을 알아채고 한 말이었을까.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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