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쭉 뻗었다. 발을 바꿔 왼쪽 다리에 힘을 주면서 길게 뻗었다
두 다리에 힘을 모아 쭉 뻗기를 반복했다. 두 팔을 힘껏 머리 위쪽으로 뻗어올렸가 옆으로 쭉 뻗었다.
옆으로도 돌려 누워 배를 앞으로 내밀며 몸 뒤쪽으로 팔과 다리를 활처럼 팽팽하게 구부렸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스트레칭을 하려고 해서 한 것이 아니다. 잠이 덜 깬 비몽사몽간에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움직였다.
내 몸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잠에서 깨어나면서였다.
열흘 전에 재활용쓰레기 봉지를 들다가 허리를 삐걱했다. 앉기도 서기도 허리를 구부리기도 힘들었는데. 또 삐걱했다.
걸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허리에 좋지 않지만 백일백장 글쓰기를 완주하려면 감수해야 한다.
가끔은 콘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서서 글을 쓰기도 했다.
생전 처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부황도 했다.
잠이 덜 깬 내 몸. 어떻게 해서 저가 알아서 스트레칭을 했을까. 그 이유는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해왔기 때문이고. 내 몸이 그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기억한다는 말 사실이었다.
나무에는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나이테가 있다. 이 나이테에는 많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나무가 몇 년을 살아왔는지는 물론. 나무가 경사면에서 자랐는지 평지에서 살았는지도 알 수 있다.
비도 오고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적당히 분 해에는 나이테 간격이 넓고 가뭄이 심한 해에는 간격이 좁다.나무에 난 상처로 산불이 났는지 해충이 갉아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한 나무에서도 나이테 간격이 넓은 쪽이 있고 좁은 쪽이 있다. 나이테 간격이 넓은 곳은 간격이 좁은 곳보다 햇빛을 더 많이 받은 부분이다.
나무의 나이테는 나무의 일기장이고 역사책이다.
내 몸이 내가 시키지도 않은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내 몸도 일기장이고 역사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몸을 읽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