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쪽파가 자라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내다 팔고 없을 텐데. 쪽파가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웃으며 뛰노는 철부지 아이처럼 파랗고 싱싱하여 맘이 아린다.
그녀는 농사를 그만둔 후에도 텃밭을 놀리지 않았다. 양대 콩을 심고 고추를 심었다. 고추를 수확하고 난 뒤엔 김장배추를 심고 배추를 뽑아낸 다음 쪽파를 심었다. 그녀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이 일을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그녀가 아주 가버린 건 지난 2월.
3월 초 텃밭에 선 그녀의 맏아들과 맏며느리. 그녀가 쪽파로 무엇을 하기 원할까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마지막 유품이 된 쪽파. 그것이 얼마가 되든. 그녀는 쪽파를 팔아서 맏아들이 사용하기를 바랄 것이다 란 생각이 들자. 그들은 쪽파를 뽑아 단을 큼직하게 묶었다.
쪽파를 차에 싣고 시장으로 갔다. 난전에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는 그들. 어디로 갈까 망설였다. 그들은 가까운 시장을 두고. 좀 멀지만 그녀의 둘째 딸이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는 시장에 갔다. 치킨집 앞에 쪽파를 내려놓고 팔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바람이 매서웠다. 난전에서 쪽파를 팔게 될 줄 생각지도 못 했기에. 얇은 겨울 옷을 입고 왔는 데다 장갑도 없었다. 손이 시리고 얼굴이 얼얼해지면서 몸이 떨렸다. 잠시 치킨집에 들어가서 몸을 녹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추운 날씨에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금방 뽑아온 싱싱한 쪽파. 해풍을 맞고 자란 쪽파. 싸게 팔아요."라고 소리쳤다. 잘 팔려나갔다. 쪽파를 살 계획이 없었는데 산다는 이도 있고 한 단을 살 생각이었는데 두 단을 산다는 이도 있었다. 품질 좋은 쪽파를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추위에 떨며 쪽파를 팔았다.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려 멀어져 가는 쪽파를 바라보았다. "쪽파 제 때 못 팔까 봐 걱정했다 아이가. 그래 그래야제. 너거 애쓴다."라며. 그녀가 웃는다.
쪽파를 들고 가는 사람의 뒷모습에는 쪽파가 그득 담긴 붉은 다라이를 이고 버스를 타러 가는 그녀가 있었고. 시장 어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쪽파 사세요."라고 외치는 그녀가 있었다. 쪽파 한 단을 팔고 몇 천 원 받아 들며 웃었을 그녀. 쪽파를 다 판 그녀. 빈 붉은 다라이를 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
춥거나 배가 고파도 천 원짜리 붕어빵 하나 안 사 먹었을 그녀. 미니멀리스트 내 어머님. 홀로 머나먼 고향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