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그녀가 말했다.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나?" 리고. 며느리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너거 온다고 유리창도 닦고 여기저기 청소한다고 말이다." 며느리들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녀도 며느리가 그녀의 집에 오면 불편했던 것이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그라고 너거가 오면 일을 몬 한다아이가. 맨날 밥 먹을 새도 없이 바쁜데. 그러니 명절에만 오나라." 하지만 불시에 그녀의 집에 갔을 때도 그녀의 부뚜막에는 티끌 하나 없고 가마솥은 까맣게 윤이 났다. 농사일은 흙과 먼지를 달고 사는 일인데 그녀의 걸레는 뽀얗게 빛났다. 마당 어느 구석에도 작은 풀 하나 보이지 않았고 집 벽 어디에도 거미줄 하나 없었다.
그녀가 집안을 이렇게 깔끔하게 유지하는 건 그녀의 부지런한 습성 때문이다. 그녀의 재래식 부엌을 고쳐 싱크대를 들여놓았다. 몇 년이 지나도록 그녀의 가스레인지는 새것처럼 깨끗했다. 유리창 틈새에도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며느리들에게 이 말을 할 때는 즈음. 그녀의 집에 가면 가스레인지에 음식물이 묻어있기도 했다. 그녀의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기력만이 쇠한 것이 아니었다. 백내장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탓이었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난 그녀. "야야, 먼지가 다 보인다." 라며 웃었다. 그녀의 가스레인지는 다시 깨끗해졌다.
그해 그녀가 텃밭의 고춧대를 뽑아달라고 했다. 고춧대 뽑을 힘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 해 그녀는 고추를 심지 않았다. 그녀가 고추를 심지 않았지만 추석에 그녀의 집에 왔던 그녀의 자식들은 마른 고추를 잔뜩 들고 돌아갔다. 고추를 심고 가꿀 기력은 사라졌지만. 자식에게 고추를 주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수도꼭지를 아주 조금 틀어놓고 커다란 붉은 다라이에 똑 똑 떨어지는 물을 받아 사용하면서 모아놓은 돈으로 그녀. 카멜레온은 맥시멀리스트가 되어 고추를 몇 보따리나 사놓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