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5] 미니멀리스트 그녀 11

나는 뭐꼬?

by 할수 최정희


"나는 뭐꼬?"라고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툭 내뱉었다. 설 전 날이었다. 주방에서 제사 음식을 만들고 있던 며느리 셋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봤다. "며느리가 셋이나 있는데. 아직도 부엌일에서 손 못 떼고 말이다." 그때서야 그녀의 며느리들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며느리들이 "어머님, 저희들이 알아서 할게요. 방으로 들어가세요."라며 그녀를 안방으로 들여보냈다.

이렇게 하여 그녀가 안방으로 들어갔지만 제사음식 만드는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못 했다. 그녀는 뭐든지 직접 해야 속이 시원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며느리들에게 맡겨 놓고 방 안에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며느리들이 못 미더운지 안방에서 나와 주방 주위를 맴돌았다. 흙이 묻은 채소를 며느리 손에서 낚아채면서 "내가 할란다."며 마당 수돗가에 가서 씻었다. 이후 명절 때부터 일부 제사장만 봐 놓고. 맏아들이 오면 같이 시장에 갔다. 과일이나 더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서다.


제사장 봐오라고 하면 맏아들이나 맏며느리가 "네 어머님." 하고는 제사장을 봐오겠지만 그녀는 힘들다면서도 제사장 보는 것을 넘겨주지 않았다. 어느 아들이나 어느 며느리가 그녀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 올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직접 제사장을 봐오던 그녀가 어느 해 명절 "더 이상 못 하겠다. 제사 너희가 모셔가거라."라며 맏아들과 맏며느리에게 제사를 물려주었다.


그녀는 맏아들과 맏며느리를 향해 "명절날 너거는 제사 지내고 여기 오지 마라. 제사 음식은 많이 하지 말거라. 조상님이 먹고 가는 것도 아닌데. 너거 먹을 만큼만 해레이."라고 말한 다음 작은 아들과 작은 며느리에게 말했다. "너거는 명절에는 부모가 있는 여기 오나라. 살아있는 부모도 조상아이가. 여기 오면 된데이. 기제사에는 형님한테 가지 마라. 너거는 괜히 간다고 애 묵고. 너거 형님은 손님 치른다고 애먹는다 아이가. "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 제사에 관한 것만 아니라. 집안일에 관한 모든 것에 관한 그녀의 말이 곧 법이었다. 사돈의 팔촌 경조사를 챙기던 집안에서 자란 맏며느리. 그녀의 생활방식에 적응하기까지 조금 힘들었지만.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


그녀의 맏며느리. 보통의 며느리가 해야 할 일들. 아무것도 안 했다. 그녀의 미니멀한 생활방식은 그녀를 힘들게 했지.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생활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맏며느리에게 부탁했다. "앞으로의 세상에는 아무도 제사를 안 지낼낀데. 니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때까지만 지내다오." 몇 년이 흐른 후 미니멀리스트 그녀. 말을 바꿨다. "제사 안 지내도 된다아이가. 제사 지내면 뭐하노. 너거 맘대로 해레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맏며느리의 머릿속에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내게 아들이 없나 딸이 없나. 그래도 자식 집에 안 간다. 내 집이 있는데 말라고 자식 귀찮게 하노."


먼 하늘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거기도 밥이 있다아이가. 거기 밥 놔두고 말라꼬 제사밥 무로 여기 오겠노. 너거 힘들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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