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9] 공유경제

새도 누리네

by 할수 최정희


지난달 말.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저자 고미숙 작가의 초청 강연이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있었다.


고미숙 작가는 박사 백수였고 붓다와 공자와 노자와 소크라테스 같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은 떡잎부터 남달랐을 것이기에.


가방끈 짧은 내겐 이들 백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다.


고 작가의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 경제의 시대가 왔다면서 돈 한 푼 들지 않는 공유 경제를 누려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이 간다.


돈을 모아 산을 사서 가꾸고 자연을 누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까. 그것을 소유한다고 해서 행복할까.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해서 그런 걸 소유할 날이 올까.


그러니 숲과 공원에서 돈 한 푼 들지 않는 나무와 바람과 햇빛을 누리고 도서관과 시민대학 등의 무료 강의를 들으며 공유경제를 누리라고 한다.


도서관에서 기말시험공부를 하는 중이니. 바로 공유경제를 누리는 중이었다.


째잭 째잭 째째잭 째째째에~ 째째 째째잭 째째에~ 나지막한 소리가 들린다. 창밖을 내다본다.


새의 깃털을 닮은 갈색 이파리. 메타세쿼이아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째째 째째 째째에~ 째잭 속삭인다. 내 이야기 좀 들어봐 하는 것 같은데. 귀를 기울여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새가 후르르 날아간다.


새도 저가 심지도 않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나무. 공유경제를 누리는구나.


째째잭 새 소리를 듣는 나도 공유경제를 누리는 거고.


도서관 바깥은 공원이다. 공유경제를 맘껏 누려보자며 책을 덮고 바깥으로 나간다.


도서관 입구에 커다란 회화나무에 마른 잎과 마른 열매가 달려있다. 회화나무 꽃과 열매로 염색한 노란 한지를 괴황지라고 하는데 옛날 부적을 만들 때 사용했다.


12월인데 단풍나무엔 아직 빨간 단풍잎이 달려있다. 햇빛에 빛나는 빨간 단풍잎. 바람에 흔들린다.


메타세쿼이아나무 가지에 다시 돌아온 새. 조용조용 째재 째재 째째거린다. 새도 여기가 공유경제 도서관인 줄 아는 모양이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공원 숲길. 한 바퀴 돌아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이번 고 작가의 강연도 대구시민대학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으니 이 또한 공유경제를 누린 것이다.


문화회관에서 무료 공연 안내 문자가 온다. 문화회관은 걸어서 갈 수도 있는 거리에 있는데 내 사정, 기말시험으로 인해 못 누린다.


시험 끝나면 영화관에 가야겠다. 이도 일 년에 영화 6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휴대폰 포인터를 사용하면 돈 한 푼 안 드는 활동이다.


한 학기에 몇 십만 원밖에 안 되는 등록금으로 내 가방끈 늘여주는 방송대도 공유경제의 한 유형이다.


수성못가에서 하는 국제재즈페스티벌. 서문진 나루터에서 하는 100대의 피아노 등


돈 들이지 않고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가방끈 짧은 백수의 삶도 풍요로울 수 있는 세상이다.


생태공예힐링핼퍼1호/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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