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0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그들은 언제 올까

by 할수 최정희

봉화 아연 광산 속에 광부가 매몰되었다는 기사를 읽는 중에 오래전에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덜컥 멈추는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몸이 떨려 휴대폰에다 엘리베이터 벽에 쓰여 있는 신고 전화번호를 제대로 누를 수가 없었다.


전화번호를 누르면서도 혹시나 전화를 받지 않을까 불안하고 조급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혼자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고 하니, 알겠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엘리베이터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빨리 구조하러 와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과는 달리 전화를 받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놓을 걸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구조하러 오는 사람들이 느릿느릿 올 것 같아서 불안이 가중되었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별것 아닌데 뭔 호들갑이냐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종종 겪은 일이겠지만. 난생처음 겪는 일이고. 엘리베이터가 바닥으로 떨어져 안에 있던 사람이 죽었다는 끔찍한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떻게 담담할 수가 있겠는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구조된 뒤 한동안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가자 나도 모르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또 그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전처럼 벌벌 떨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벽 쪽에 가서 무게 중심을 낮추고 벽에 있는 손잡이를 잡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글을 읽은 것이 생각나서 벽 쪽으로 옮겨 가 앉았다. 손을 뻗쳐 벽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잡았다.


'설마 떨어지기야 하겠나.'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것도 경험은 경험이었다.


봉화 아연 광산에 갇혔던 광부들. 처음엔 어떤 마음이었을지 조금 짐작이 간다. '나도 이렇게 죽겠구나.'란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들은 지하 295m 갱도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지하 295m라는 깊이를 상상할 수도 없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깊은 지하에 갇힌 광부들. 하루 이틀 일주일 지나가는 동안 구조를 기다리며 겪었을 그들의 몸과 마음의 고통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갱도 깊이만큼이나 상상하기 힘든다.


앞으로 광부의 일을 하지 않겠다는 30년 베테랑 광부의 말을 통해서 그 고통이 얼마나 격심했을지 짐작할 따름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keyword
작가의 이전글[ 100-49]어질러진 방과 장점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