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2]고양이만 하냐 나도 한다

영역표시

by 할수 최정희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고양이의 영역은 사람의 집과 같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단독생활을 하는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곳이 분리되어 있다.


사냥 영역은 개체마다 다르지만 200m에서 500m 정도다. 수컷의 사냥 영역이 암컷보다 넓다. 그 이유는 식량 사냥과 함께 짝짓기 상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영역 안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면 큰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고양이가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오줌을 뿌리는 것을 캣스프레이라고 하는데 이는 배설이 목적이 아니다.

고양이가 캣스프레이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에는 다른 고양이와의 갈등, 갑작스러운 이사, 새로운 아기나 개의 등장, 보호자의 불규칙한 귀가 등이 있다.


고양이가 배뇨를 하는 자세와 캣스프레이를 하는 자세는 서로 다르다.


배뇨를 할 때 자세는 쪼그려 앉아서 하고 캣스프레이 때보다 양이 두 배정도 많다. 캣스프레이를 할 때의 자세는 몸과 꼬리를 세운 후 캣스프레이할 곳에 엉덩이를 가까이 댄다.


캣스프레이할 때 나오는 오줌은 시큼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로 화학적 신호 전달물질인 페로몬이 들어있다.


동물들이 가능한 넓은 공간을 차지해서 많은 먹이를 구하고 짝짓기도 많이 해서 더 많은 자손 더 나은 자손을 남기려고 으르렁거리듯. 식물 또한 마찬가진데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식물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다른 식물을 동물처럼 으르렁거리거나 발로 차 쫓아낼 수 없기 때문에 뿌리나 잎줄기에서 해로운 화학물질을 내뿜는다. 이런 물질을 타감물질이라고 한다.


타감식물 중의 하나인 소나무는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갈로탄닌이라는 타감물질을 뿌리에서 분비한다.


갈로탄닌이 뿌려진 소나무의 영역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 새끼인 어린 소나무마저 살지 못하게 한다. 갈로탄닌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소나무도 하는 영역표시 혹은 영역다툼. 사람도 한다. 근데 사람은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고양이와 소나무처럼 화학물질을 내뿜지는 않는다.


고양이와 소나무는 땅이 제가 살만 한 넓이가 되면 더 이상 넓히지 않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 올해 사람 백 명이 영역표시한 집이 이만 이천 채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집에 영역표시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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