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5] 채식버거
모든 생명은 옳다
채식버거
모든 생명은 옳다
식품업체, 식물성 대체육'붐업' 사활이란 기사를 읽었다. 식품업계에서 식물성 대체육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채식을 지향하는 내겐 참 반가운 소식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설 명철에 대체육으로 만든 선물세트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기사를 읽는데 채식버거를 사 먹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분명 채식버거를 샀는데 고기 냄새가 너무 났다. 채식버거에서 고기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다. 쇠고기가 밥상에 올라오면 외양간에서 '음머' 우는 소가 눈앞에 얼렁거렸다. 돼지고기가 나오면 돼지우리에서 꿀꿀대는 돼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니 고기를 먹을 수 있었겠는가.
20대에 몸이 좀 안 좋았다. 병원에 갔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엄마가 닭백숙을 만들어 놓고 옆에 앉아서 억지로 먹게 했다. 백숙을 한 숟갈 삼키고 울고 한 숟갈 삼키고 또 눈물 흘리며 엉엉 울었다.
결혼하고 난 뒤였다. 결혼 전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음식 간을 봐야 했다. 간을 볼 때마다 속이 매슥거렸다. 고기의 질감이 불쾌했다. 그래도 남편과 아이들은 먹어야 하니까 육류 요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간을 보면서 고기 음식을 만들다 보니 고기가 맛있게 느껴졌지만, 어느 날부터 고기 음식의 간을 보지 않고 만들었다.
지금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매일 나또 한 개를 먹는다. 외식할 땐 먹을 것이 별로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가쓰오부시로 만든 국물이지만 가락국수를 사 먹을 때가 있다. 또 김밥을 사 먹을 때는 햄을 빼고 먹는다. 김밥 속의 달걀을 먹지만 알약 삼키듯 삼킨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한 번은 청국장을 시켰다.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돼지고기가 들어있었다. 물론 뱉어냈다. 청국장에 돼지고기가 들어있다고는 상상을 못 했다. 한 입도 못 먹었지만, 돈을 내고 나와야 했다. 그 뒤에 청국장 시킬 때 고기를 넣는지 확인한다.
채식 음식을 개발 연구한다는 소식은 나를 기쁘게 한다. 그렇지만 채식 음식을 채식 음식답게 고기 냄새가 나지 않게 만들면 좋겠다. 아무리 채식 음식이라도 고기 냄새가 나면 내겐 고기다. 난 고기 냄새가 나는 대체육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채식을 원한다.
외출 중 식사하러 들어갈 식당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미안해서 맘이 불편하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다. 이런 불편함을 피하고자 원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살 수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있다. 나도 그 소수자 중의 한 사람이다. 가끔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성격이 까다롭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내 성격이 까다롭다고 말하는 그 사람은 자신의 성격이 까다롭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나한테 떠넘긴다.
또 내 앞에서 골고루 먹는 사람이 성격도 좋더라며 나를 모난 사람 취급하는 사람이 있다. 나더러 모난 사람이라는 이 사람도 나를 모났다 하지만 자신의 모를 더러 낼뿐이다.
채식을 지향하는 삶. 때론 불편하고 때론 불쾌하다. 생각해 보자. 우리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 모두 소수자라고 한들 틀린 말이 아니다. 세상의 다양한 소수자들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너는 그렇구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을 두고 '틀렸다'라고 하는 순간 전쟁이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총이나 포탄처럼 누군가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고 파멸시키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이 80억 명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80억 명의 사람이 "너는 왜 그래? 너는 틀렸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떨 것인가. 어떤 생명도 원해서 태어난 생명은 없다.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나타난 것뿐이다. 그러니 어느 생명이 다른 생명을 향하여 너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동물이든 식물이든 돌멩이든 모든 존재는 옳다. 생명은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의미를 찾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아프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와 너를 서로 안쓰럽게 바라봐 주면 될 텐데. 왜 너는 틀렸다며 서로를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가.
모든 감정에는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에 모든 감정이 옳다는 정혜신의 말을 빌려온다. 생명도 그렇게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모든 생명은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