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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y 22. 2022

당근

비빌 언덕

요즘엔 '당근'이란 글자를 볼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당근'이란 말속에 당연하다란 뜻이 생겨나 뿌리채소 '당근'인지, 당연하다란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다.


 전후의 매락을 모르곤 알 수 없게 된 '당근'이란 말. 어느 중학생이 영어 시험에서 sure로 적었다는 일화까지 있다.  당근마켓이란 이름의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고물품 거래 사이트가 있는데. 회원수가 천만 명이 넘는 중고나라보다 더 잘 나간다고 하니. 당근'이 대세인 건 확실하다.


제 세상을  만난 '당근'은 얼마나 신이 날까! '당근'이 신이 나서  이 사람 입에서 저 사람 입으로 마구 뛰어다니는 바람에. '당연'은 제풀에 기가 꺾여 스르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언제 내 세상을 만나 '당근'처럼 신나게 뛰어다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내 세상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난' 당연'처럼 사라지 않을 거야. 내 세상을 만들 거야. 신나게 뛰어다닐 거야. 소리치지만 비빌 언덕 히나 없는 나의 헛소리일 뿐이다. 칠순이 코 앞인 그저 그런 할머니, '당연'처럼 사라질 날마저 코앞이 당근, 헛소리가 맞다.

작년 7월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 후 또 떨어질 것 같아 도전을 하지 못했다. 10 개월 만에 겨우 재도전하여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걱정하며 첫 글을 발행했는데. 금방 라이킷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두 번째, 세 번째 글을 발행했는데, 또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글을 읽고 라이킷해주었다.


아무도 내 글에 라이킷을 해주지 않았다면 글을 다시 올리는데, 또 10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소도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게 그런 자그마한 언덕 하나 없다 보니, 브런치 작가 재신청하는 데에 10 개월이나 걸린 거다.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곧바로 글을 올릴 힘을 얻었다. 내 글을 읽고 라이킷해준 사람들로 인해서 생긴 용기, 브런치의 오른쪽 상단에 있는 발행이란 단추를 누를 수 있는 힘, 이것이 나의 비빌 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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